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역외탈세 보도' 후원 美부자들 "내돈은 건드리지마?"
-조지소로스ㆍ오미디야르 등 ‘파나마페이퍼스’ 발굴 단체 자금 지원
-알고보면 자산 역외이전 통한 납세지연ㆍ탈세 혐의 등 ‘감추고픈 과거‘
-자선재단 ‘탈세 재테크’ 활용한 록펠러 가문도 美 공공청렴센터 후원 중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조세회피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불평등을 확대한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먼(Gabriel Zucman)이 작년에 쓴 책 ‘각국의 감춰진 부(The Hidden Wealth of Nations)’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논리입니다.

A국가에서 B가 번 돈이 C라는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갑니다. 이 돈은 이제 A 소속이 아닙니다. 세금을 못 매깁니다. B의 돈 일부를 투자로 유도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결국 A정부는 C로 흘러간 B의 돈에서 얻을 재원을 ‘다른 방법들’로 채웁니다. 그 중 하나는 A의 국민들, D입니다. D의 소득 등에서 떼는 세금은 늘어납니다. D의 주머니는 쪼그라듭니다. 반면 C에 숨겨진 B의 돈은 그대로입니다. 애초 B의 절대다수는 D보다 부자였습니다. 결국 B는 더욱 부유해집니다.

모색 폰세카 로고 [출처=게티이미지]

현재 주크먼의 주장은 서서히 입증되고 있습니다.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탈세자료를 공개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노력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한국에선 뉴스타파가 참여했죠.

ICIJ는 미국의 공공청렴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ㆍCPI)가 조직했습니다. 개인기부로 굴러가는 CPI 뒤엔 미국 주요 억만장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많게는 수십조 원 자산을 쥔 이들 또한 조세회피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단 점입니다. 불평등 확대에 일조한 어두운(?) 과거가 있음에도 한 편으론 ‘세금도둑’ 캐내는 조직을 지원 중인 억만장자들은 누구일까요.

▶조지소로스, 납세지연으로 번 돈만 15조원=2014년 CPI에 2만달러(2286만원) 이상을 낸 기부자 중 열린사회재단(Open Society FoundationㆍOSF)이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조지소로스(85) 퀀텀펀드 회장이 만든 단체입니다.

14일 현재 개인자산 249억달러(28조5000억원)를 보유한 소로스는 OSF를 통해 탐사보도 등 각 분야에 최소 80억달러 이상을 기부했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증세론자인 그는 그러나 세금납부를 지연해 133억달러(15조2010억원ㆍ2013년 말 기준)를 벌어들인 사실이 탄로나 곤욕을 치뤘습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소로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 수수료 수입을 세금 한 푼 없이 ‘재투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지소로스의 퀀텀펀드그룹 로고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우선 펀드 고객에게 투자 대행에 따른 수수료 받는 시점을 미룹니다. 그동안 소로스는 이 펀드 자산을 미국 세법 적용과 무관한 역외로 옮깁니다. 실제 문제가 된 소로스의 펀드 소재지는 유럽 내 조세회피처 중 한 곳으로 여겨지는 아일랜드로 이전됐습니다. 결국 그는 투자액 2%에 달하는 펀드운용 수수료를 세금 없이 챙길 수 있었습니다.

조지소로스 퀀텀펀드 회장.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만든 미국 공공청렴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ㆍCPI) 주요 후원자 중 하나다. [출처=게티이미지]

이 뿐 아닙니다. 소로스는 아일랜드에 세운 ‘퀀텀 아일랜드’펀드 법인세도 극적으로 피해갑니다. 이익 대부분을 소위 ‘수익참여지분’소유자에게 배당했기 때문인데요. 이 지분 소유자는 CPI에 거액을 기부 중인 OSF로 밝혀집니다.

종합하면, 소로스는 교묘히 법망을 피해 ‘내야 할 세금’을 자신의 재산으로 바꿨고, 그 일부는 탐사보도 단체 등에 기부하며 ‘정의로운 자선가’ 이미지를 쌓아 온 셈입니다.

▶오미디야르, 이베이 탈세의혹 눈 감았다?=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48)도 ICIJ를 만든 CPI의 또 다른 후원자입니다.

자산 77억달러(8조8100억원)를 쥔 그는 직접 탐사보도 매체도 세웠습니다. 2014년 ‘인터셉트(The Intercept)’를 창간할 땐 미 국가안보국(NSA) 감청폭로 사건을 보도한 글렌 그린워드 기자를 영입하기도 했죠.

피에르 오미디야르 이베이 창업자.조지소로스 퀀텀펀드 회장.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만든 미국 공공청렴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ㆍCPI) 주요 후원자 중 하나다. [출처=게티이미지]

그러나 지금의 오미디야르를 있게 한 이베이는 각종 탈세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선데이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이베이가 영국에서 영업하며 당국에 내지 않은 법인세는 최소 6200억원(3억8000만파운드)에 달합니다.

이는 이베이가 영국서 올린 영업이익 등을 룩셈부르크 등 인근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로 옮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확인됐습니다.

현지 언론이 영국에 자리잡은 글로벌 IT기업들의 탈세 의혹을 밝힌 것만 최소 3차례 이상입니다. 도마에 오른 기업엔 이베이도 항상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반응은 상당히 미온적입니다.

이베이 로고

올 초 거액의 탈세의혹 사건이 보도됐을 때도 이베이 관계자는 “우린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조세제도를 철저히 준수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록펠러家 기부는 곧 재테크=미국의 전설적인 거부 존D록펠러 가문이 만든 펀드 2곳도 CPI의 주요 후원자입니다. 이들도 과거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자선재단이 집안 ‘재테크 수단’으로 쓰여왔단 주장은 4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존D록펠러 1세 [출처=게티이미지]

1976년 미국 언론인 개리 앨런(Gary Allen)은 자신의 저서 ‘록펠러 파일’에서 “록펠러 가는 매년 그들의 소득 절반을 재단에 넘기고 전액 소득 공제를 받았다”고 적고 있는데요. 실제 록펠러 1세의 손자인 고 넬슨 록펠러 전 부통령은 당시 한 청문회에서 “(록펠러)재단은 자본이득세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모인 돈이 계속 쌓였다”고 고백합니다.

넬슨 록펠러가 낸 기부금의 실체도 오래 전에 파악됐습니다. 록펠러 파일과 같은 해(1976년) 출간된 ‘미국 왕조 록펠러’를 쓴 연구자 피터 콜리에와 데이비드 호로비츠는 “넬슨의 기부금 약 70%는 가문 사업과 조직을 확장하는 데 쓰였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록펠러 [출처=게티이미지]

현재 록펠러 가의 수장은 데이비드 록펠러(101)입니다.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현 JP모건체이스)을 키워냈죠. 순자산 규모는 포브스 집계 기준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