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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왜?] 전세계 선거판 뒤흔드는 ‘앵그리 영 보터(Angry young voter)’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새누리 참패, 더민주 선방, 국민의당 약진’으로 요약되는 20대 총선 결과는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20~30대 분노한 젊은층의 투표 참여 증가가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최근 몇년 사이 전세계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물결과 동일한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대 총선의 가장 주목할만한 특징은 기성 정당의 참패와 대안 세력의 선전으로 꼽을 수 있다. 더민주는 새누리라는 기성 수권 정당의 대안으로 원내 1당의 지위를 거머쥐게 됐다.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ㆍ수도권 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까지 31년만에 당선자를 배출했을 정도로 영남 표심도 공략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반대로 더민주가 수십년 동안 독재하다시피 해온 호남 지역에서는 신생 국민의당이 대안 정당 역할을 했다. 국민의당은 호남 선거구 28곳 중 23곳에서 승리해 이 지역을 양당의 경쟁 체제로 개편해 버렸다. 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4분의 1이 넘는 표를 확보하며 ‘3당체제론’을 현실화시켰다.

기성 정당이 이처럼 위기에 내몰리게 된 이유는 유권자들의 정치ㆍ사회 현실에 대한 실망이 극심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BBC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 완화, 좌파 정당 탄압, 높은 실업률과 가계 부채 증가 등에 대한 불만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지난해부터 이러한 현실을 비꼰 ‘헬조선’이라는 키워드가 바닥 민심의 주요한 정서로 떠올랐을 정도로, 민심의 이반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각성할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양당에서 일어난 공천 파동은 민심을 외면한 이권 다툼으로 비치면서 유권자들의 대안 세력에 대한 갈망을 부추겼다.

특히 ‘삼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층의 분노가 이번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49.4%, 30대 49.5%, 40대 53.4%, 50대 65.0%, 60대 이상 70.6%를 기록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절대치는 낮은 듯 보이지만, 19대 총선 투표율이 20대 45.0%, 30대 41.8%, 40대 50.3%, 50대 64.6%, 60대 이상 69.7%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가장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최고점을 찍은 청년실업률을 근거로 들며 “(총선 결과는) 경기 침체가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젊은층 분노→기성정당 심판’의 연쇄 작용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는 이러한 민심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라는 아웃사이더의 돌풍을 낳았다. 이는 200년 넘게 공고하게 자리잡은 양당 체제까지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는 좌ㆍ우파 신생정당이 각각 약진하면서 30년 넘게 이어져 온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복잡해진 정치 지형 탓에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다. 또 같은 달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가장 높은 득표를 얻어, 기성정당인 좌파 사회당과 우파 공화당이 연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이탈리아의 ‘오성 운동’ 등도 최근 자국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생정당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세계적 경기침체로 국민, 특히 젊은층의 상실감이 무척 크다는 데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시장에 풀린 엄청난 돈으로 인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폭등한 데다, 계층 간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양극화는 심해졌고, 심지어 청년실업률까지 치솟은 상태다. ‘헬조선’ ‘삼포세대’가 비단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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