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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아파트 리모델링 안전한가? - 조성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얼마 전 인도의 콜카타에서 건설 중이던 고가도로가 붕괴돼 26명이 죽고 10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인도에서는 작년 7월에도 뉴델리의 다가구주택이 붕괴됐고, 작년 2월에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신축건물이, 재작년 7월에는 타밀나두 주의 11층 건물이 폭우에 붕괴되면서 61명이 죽었다. 2013년도에는 뭄바이에서 4층 건물이 무너져 사망 74명, 2010년에는 뉴델리의 4층 아파트 붕괴로 6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미 잇따른 건물 붕괴로 악명이 높다. 불법증축이 지속적인 사고의 주요원인의 하나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불법 증축과 관련된 사고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95년 6월, 1445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보면 당초 지하 4층, 지상 4층의 종합상가로 설계된 것을 발주사가 백화점으로 변경요구하자 구조변경으로 인한 붕괴를 우려한 시공사가 거부하자, 삼풍회장이 시공사인 우성건설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계열사인 삼풍건설산업㈜을 통해 이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매장공간 확보를 위해 건물의 내력벽을 없앴고,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으면서 힘을 더 받게 된 기둥의 규격까지 줄이거나 잘라버리기까지 했다. 더우기 무단으로 5층으로 올려 지었고, 5층에 한식당용 온돌을 설치하고 지하에 계획됐 냉각탑 4개를 옥상으로 옮기는 등 건물에 무리를 줬다.

결국 95년 4월부터 천장이 가라앉는 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 사고 당일 삼풍회장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설계감리회사 건축소장은 건물의 위험성을 들어 영업중지 및 고객대피를 권했음에도 같이 배석한 구조기술사가 신공법으로 보수하면 괜찮다고 해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던 중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회장은 급히 도망가면서도 1,2층의 영업은 강행해 곧바로 참사가 발생했다.

삼풍백화점 붕괴가 안전을 이유로 자신의 뜻을 거부한다고 시공사를 바꿔 버린 갑질과 무리한 구조변경으로 인해 일어났다면, 전문가의 의견이 서로 다를 때는 안전을 우선 판단해야 한다는 기본을 어긴 것이 최악의 참사로 이어진 원인이다.

최근 열린 세월호청문회 과정에서 해운사의 접대 하에 증개축의 안전을 따져야 하는 인천항만청, 한국선급, 인천해경 모두 별다른 검토 없이 허가했고, 막상 해운사는 증개축과 관련된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이익 극대화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리모델링 활성화관련 보도를 보면서 왜 자꾸 이런 참사들이 연상되는지 모르겠다. 지난 2010년 국토부가 ‘공동주택리모델링 세대증축 등의 타당성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이를 근거로 아파트 수직증축을 불허한 바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갑자기 수직증축을 허용한데 이어 이제 내력벽 철거까지 확대ㆍ허용하려 하고 있는 게 자꾸 불안하다.

상기 용역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수직증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보강에 의해 오히려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낙관론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중론이 있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위로 올려 짓는 방법이 최선이라던 전 정권에서도 신중론을 따라 수직 증축을 불허했었다.

특히 보고서는 구조안전성 측면에서 수직증축이 진행될 경우 기초 및 수직부재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증축을 위한 접합ㆍ보강설계 및 시공이 복잡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관련기준 및 시방이 미비한 실정임을 들어 수직증축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 스스로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특별히 보완된 것이 없음에도, 현 정부는 안전진단과 건축심의만으로 안전이 담보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의 사례들을 볼 때 사실 불안하다.

이제 와서 정책을 원상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까지 규제로 규정해 하나씩 풀어버리는 것은 이제 여기쯤에서 멈추고, 관련 절차상에 맹점은 없는지 꼼꼼히 다시 살펴보고 그 절차가 엄정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법과 적법의 차이는 적법 절차를 거치면서 위해요소가 걸러질 수 있을 때만 구별의 실익이 있다. 특히 국민안전처는 국토부가 주택경기 활성화에만 매몰돼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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