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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서점기행’ 낸 김언호 대표 “명문서점은 지역을 재생시킨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계의 명문서점은 지역사회를 재생시키고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책이 독자와 만나고 사회의 담론을 만들어내는 현장인 세계의 명문서점을 찾아 책으로 엮어냈다.

‘세계서점기행’은 1년반 동안 세계의 아름답고 개성있는 서점 38곳을 찾아 직접 책방주인들을 만나 책의 정신과 서점의 철학을 토론하고 공유한 산물이다. 또 지난 40년동안 3000여권의 책을 출판해낸 그의 책과 서점에 대한 헌사이자,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그가 찾은 대부분의 독립서점들은 명실공히 세계에서 아름다운 서점으로 자주 오르내리지곳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개성있는 곳들이다.

이 책의 표지모델이 된 네덜란드 도미니카넌 서점은 ‘천국의 서점’으로 불리는 곳. 네덜란드 최초의 고딕건물인 이 공간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794년 나폴레옹군의 침략으로 교회로서의 역할을 끝내고 마구간에서 물품보관소, 복싱 시합장, 자전거보관소, 카니발 공간 등으로 전전하다가 2004년 네덜란드 최대의 서점체인 셀렉시스가 이곳에 서점을 열면서 새 시대를 열었다. 

도미니카넌 서점

25m 천정 가까이까지 걸어올라가는 서가, 교회의 제단으로 사용된 중앙공간에 자리한 카페 등 매력적인 이 서점은 체인점의 부도로 2014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손놓고 바라만 볼 수 없었던 직원들이 서점살리기에 나섰다. 페이스북을 통해 서점을 살리자는 편지를 띄우고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한 것. 이틀만에 전 세계 4000여 페이스북 회원이 ‘좋아요’를 눌렀고 1주일만에 10만유로가 모였다.

영국의 작은 마을 안위크의 바터 북스는 폐쇄된 역을 서점으로 바꾼 경우. 유럽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으로 50만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 서점에 독자들이 하루에 갖고 오는 책은 100박스. 독자들은 헌책으로 주고 받은 교환권으로 다른 책들을 갖고 간다. 1850년에 문을 연 안위크 역은 1968년 폐쇄됐다가 서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은 2014년 39만여명으로 영화 ‘해리포터’를 촬영한 안위크 성을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더 많다. 

바터북스

폐허가 된 극장에 들어선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주도 해리스버그의 스콜라서점과 뉴욕의 맥널리 잭슨서점도 지역을 재생시키고 인근 지역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몬터규의 방앗간서점 북밀은 소밀 강변에 자리한 문화재로 지정된 곳. 방앗간이었던 곳을 서점으로 바꾼 이 서점은 강변자전거길을 따라 바이커들이 달리다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이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화장실 이용. 그래도 북밀은 아마존서점에 없는 화장실을 홍보문구로 사용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트론스모 서점은 노벨상문학작가, 왕족들이 자주 들르는 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70년대 진보주의자들의 아지트였던 이 서점은 작가와 지식인이 참석하는 대화모임이 자주 열린다. 100여명의 주주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공동체인 점이 특징. 주주들에게 배당은 하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만화가들을 데뷔시키는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이밖에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서점운동, 24시간 불을 밝히는 싼롄타오펀서점, 일본의 어린이 서점 크레용 하우스, 국내 부산의 영광도서와 보수동 책방골목 이야기 등도 들어 있다.

이 책은 아름답고 개성있는 도서관의 겉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직접 경영관계자들로부터 서점의 전략을 듣고 구체적으로 소개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 대표는 책방 순례를 하면서 “서점이 한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문화적 인프라로서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며, “한국사회도 책으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회를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우리 근현대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95년 역사를 자랑하는 종로서적이 2002년 사라진 걸 안타까워하며, 사회적 기업으로 다시 살리는 운동을 뜻있는 이들과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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