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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한국에만 없는 국제 인증 ASC - 윤세웅 WWF 한국본부 대표
얼마전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마시밀리아노 지아노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지아노 총주방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한국에서 해산물을 구매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유인즉, 하얏트호텔은 식재료를 구매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지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해산물을 구매할 때, 양식장이 지속가능인증(ASCㆍ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을 받은 식재료만 구매해야 하는데 ASC 제품을 한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아노 총주방장은 한국같이 해산물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에서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ASC 제품이 없는 것과, 식품위생에 관심이 큰 한국소비자들이 유독 해산물은 그냥 믿고 먹는 것이 매우 의아하다고 전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말이 국내 기업의 성장전략 키워드로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한국의 노력은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하얏트호텔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 250여 개의 어업과 230여 곳의 양식장이 지속가능인증(ASC, MSCㆍMarine Stewardship Council)을 얻었지만 한국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앞다퉈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야심찬 목표를 내놓고 있는 때에 대한민국은 아직도 담론에 머물러 있다.

한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면 세계자연기금(WWF)이 2009년 시작한 ‘시장변화 이니셔티브(Market Transformation Initiativ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에 흔하게 쓰이는, 하지만 그 쓰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주요 원자재를 생산ㆍ유통ㆍ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 특히 70억 소비자 대다수를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이 변화의 핵심은 바로 기업과 최고경영자(CEO)이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과 CEO들이 변한다면 시장은 금세 달라질 수 있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시장 판도가 변화하고 후발 주자들이 따라올 것이다. 소비자들도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지속가능성은 선택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 될 것이고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될 것이다. 한국 특유의 기민한 결단력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으며, 그 희망은 시작되고 있다. 일례로 코웨이는 고객들에게 배포되는 제품 카탈로그를 모두 세계산림책임관리회(FSCㆍForest Stewardship Council) 인증 종이로 교체하기로 결정해 산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올가니카는 2012년부터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핵심 가치로 삼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유기농 음식과 같은 친환경 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장의 변화는 필수이다. WWF는 여러 이해당사자와 협업하고, 이들이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인증체계와 같은 가시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생산자부터 소비자, 정부, 비정부기구(NGO), 중소기업, 금융기관과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기업과 이를 이끌어가는 CEO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이들이 변한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는 좀 더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함께라면 가능하다. Together pos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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