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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의 ‘자동차혁명’…머스크는 잡스가 될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2008년부터 전 세계는 해마다 미국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주목해 왔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 발표 행사다.2008년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폰 3G는 세계 최초 정전식 멀티터치에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방식으로 ‘사용자감성(UX)’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3G통신망과 획기적으로 연결, 세상을 손바닥 안으로 가져오면서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혁신했다. 아이폰 3G를 탄생시킨 故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세상을 바꾼 인물, 혁신의 전도사로 지금까지 칭송되고 있다.

2016년 현재 또 한 명의 ‘잡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전조(前兆)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테슬라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다. 핀테크 열풍을 일으킨 페이팔을 창업한 뒤 돌연 우주여행 스타트업을 세울 정도로 ‘괴짜’인 머스크가 이번에 자동차 분야에서 일을 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CEO [출처=게티이미지]

독창적인 기술로 스포츠카 로드스터, 세단 모델 S, SUV 모델 X 등의 순수전기차를 선보였던 머스크는 최근 보급형 전기차 ‘모델 3’을 내놓았다. 예상을 훌쩍 뛰어 넘어 반응은 폭발적이다. 발표 하루 전 모델 3을 예약하려는 대기행렬이 이어졌을 때만 해도 과거 아이폰을 살짝 연상시키긴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폰 못지않은 열풍이 불고 있다.

예약주문 사이트 개시 36시간 만에 25만대를 돌파했다. 내년 말이 지나서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는데 선뜻 1000달러를 예치한 사람이 이 정도나 된다. 사전에 확보한 매출만 106억달러 우리 돈으로 12조원 이상이다. 단 하루 반 만에 기록한 금액이다. 이쯤되면 모델 3은 현상을 넘어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머스크가 일으킨 자동차혁명은 우선 마케팅 방식에서부터 가장 눈에 띈다. 본격적인 양산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프로토타입(시제품)만 공개하면서도 예약주문을 받았다. 주문사이트를 개설하고 주문자 신원과 신용카드 등의 결제정보만 입력하면 간단히 예약할 수 있다. 마치 해외 직구를 하는 것처럼 간편하다. 아직 양산 시점까지 1년 이상 남았는데도 차를 파는 것은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이 보기에 파격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공개된 모델 3 프로토타입 [출처=테슬라모터스 홈페이지]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동안 테슬라모터스가 선보였던 모델들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테슬라모터스는 모델 S(7만달러), 모델 X(8만달러)로 전기차 기술력을 입증했다. 다만 고가의 모델이다보니 많은 고객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중적인 모델이 필요하던 시점에 나온 것이 반값에 해당하는 모델 3(3만5000달러)이다.

여기에 머스크의 소통방식도 모델 3 열풍에 한몫했다. 그는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모델 3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과 공유했다.발표 전 주문 가능 국가가 어디인지 공개하며 한국 소비자에게도 주문가능하다고 직접 알려줬다. 또 지속적으로 예약주문량을 공개하며 모델 3에 대한 반응을 직접 알렸다. 머스크의 트위터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까지 들어온 주문량은 27만6000대에 달한다.

머스크가 기술적으로 가져온 혁명은 배터리다. 머스크는 기존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폴리머 전지 대신 노트북이나 PC에 사용되던 소형 리튬이온 전지 6000여개를 원통형에 넣는 발상의 전환을 택했다. 이 덕분에 기존 전기차들이 한 번 충전하면 200㎞를 달리기 버거웠는데 테슬라모터스에서 나온 전기차는 400㎞를 훌쩍 넘겼다. 이번에 나온 모델 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도 346㎞에 달한다. 단순히 멀리가는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6초면 도달할 정도로 가공할만한 주행성능도 구현했다. 또 배터리가 섀시 바닥에 깔려 무게중심이 한층 아래로 잡혔다. 이를 통해 더욱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도 머스크의 자동차혁명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일찍이 파노라마 형태의 글래스 루프를 비롯해 대형터치스크린 기반의 인테리어를 채택했다. 이는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이 대거 채택하는 방식으로 테슬라모터스가 버튼 대신 터치 중심의 사용자환경(UI)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머스크에도 과제는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4년 만에 매출이 20배 가까이 늘었지만 작년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값비싼 배터리와 첨단ㆍ고급 소재를 이용하면서 판매량이 늘어도 높은 생산비용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이에 모델 3은 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애플에 불가사의에 가까울 정도인 30%대 영업이익률을 안겼던 잡스처럼 이제 머스크도 실적으로 자신을 증명할 때가 됐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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