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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반신화 주역 이영필 “일과 싸운다. 물러서지 않는다”
이영필 공영홈쇼핑 대표는 ‘도전’을 좋아한다. 물러서는 법이 없다. 제일제당 신참 때 일이다. 퇴근시간만 되면 엄청난 양의 일을 맡겨 모든 직원들이 기피하는 상사가 있었다. 사직서를 내거나 안팎의 인맥을 동원해 그 상사와 일하기를 피했다. 이 대표는 일로 맞섰다.

“한번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죠. 당시 첫째가 막 태어났을 때였는데 연일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상사 책상 위에 보고서를 올려놨어요. 오기가 발동해 하나가 아닌 사지선다형 보고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번은 여름에 런닝차림으로 책상 위에서 잠들었다가 아침 출근 여직원 비명소리에 깬 적도 있었지요.”

일과 맞서려는 후임을 싫어하는 상사가 있을까. 그는 후한 평가를 받았고 이후 탄탄대로를 걷는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시련도 있었다. 1996년 남들보다 일찍 영업담당 차장으로 승진했을 때다. 기쁨도 잠시, 그가 관리하던 업체 한 곳이 대형 부도를 맞은 것.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결과는 가혹했다. 마케팅팀으로 바로 인사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이 때를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영업맨으로 현장을 뛰어다니며 쌓은 투지와 아이디어를 마케팅 팀에서 발휘한 것.

당시는 제일제당이 햇반을 막 출시했을 때다. 모든 가정에 전기밥솥이 있는데 햇반을 사먹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비아냥 속에서 이 대표는 강남의 대단지아파트 현관문에 햇반을 걸어놓는 도전을 단행했다.

그리고 단지내 슈퍼마켓 입구에 햇반을 쌓아놓고 기다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햇반을 먹어본 고객들이 “의외로맛이 괜찮다” “편리하고 만족스럽다”며 하나둘 구매하기 시작한 것. 엄두도 못 낼 것이라는 목표치를 단번에 뛰어넘었다.

이 대표는 “업무엔 ‘정도’만이 통한다. 맡은 일을 꿋꿋이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빨리 잡기 위해 꼼수를 부리면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고 들려줬다.

이 대표의 능력은 2000년대 초중반 빛을 발했다. 제일제당 대형마트 영업총괄 사업부장과 CJ오쇼핑 영업담당 상무로 있을 당시 놀라운 영업성과를 기록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마침 제가 일을 담당하자마자 대형마트와 홈쇼핑시장이 급성장했으니까요.”

이 대표는 보물 1호로 주저없이 아내를 꼽았다. 그가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에도 아내의 힘이 컸다고 강조한다. 밤낮 없이 영업맨으로 뛰어다닐 당시 그는 수시로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자가초대는 이른바 ‘이영필표 소통법’이었던 것이다.

“30여년 직장생활 동안 정말로 많은 동료, 후배들이 늦은 밤 제 집을 찾았습니다. 그 때마다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술상 차리고 라면도 바리바리 끓여냈죠.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 아닙니까. 제가 회사에서 후배들 앞에서 떵떵거렸던 것도 다 아내 덕이죠.”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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