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지난 28일 ‘힐스테이트 삼송역’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일반인 입장은 제한되고, 청약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경찰 입회 하에 열린 당첨자 발표 자리였다.

최고 49층 건물에서 오피스텔 최저층인 6층 당첨자를 발표하는 순간 청중 속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고층 발표 때도 들리지 않던 환호성이었다.

시행사인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연구소장은 31일 “최하층에 당첨되면 대개는 슬퍼하는데, 이번엔 정반대였다”며 “29~30일 정당계약 기간 중 6층 당첨자들이 가장 먼저 계약을 마쳤다”고 말했다.

1층에 테라스, 지하 스튜디오 등을 꾸민 특화평면들. (왼쪽부터) e편한세상 테라스오포의 면적 71㎡짜리 광폭 테라스,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 1층에 적용된 ‘아뜰리에 하우스’ 이미지, 남양주 라온 프라이빗의 1층 평면 투시도.

과거 푸대접 받던 저층이 올 봄 분양 시장에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도둑 들기 쉽다’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 ‘악취ㆍ모기에 취약하다’ 등 악평에 아파트 저층은 애물단지로 통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설사들이 높은 층고, 테라스, 지하1층 스튜디오, 정원 등 저층만을 위한 특화 설계를 넣으면서 1층의 몸 값이 달라졌다.

힐스테이트 삼송역의 최저층이 환영 받은 비결 역시 테라스였다. 이 단지는 지상2층까지 상가, 5층까지 커뮤니티 공간이며 오피스텔은 6층부터 49층까지다. 6층에는 동별, 라인별로 다양한 옥상정원이 딸려있다. 분양가가도 더 비싸다. 아파트의 경우 최저층 분양가가 기준층에 비해 10~15% 가량 저렴하지만, 힐스테이트 삼송역은 그 반대다. 104동 전용 84㎡A형의 6층은 테라스 면적이 약 30㎡ 주어지면서 분양가는 기준층(20층) 보다 1940만원 더 비싸게 책정됐다.

대림산업이 이 달 분양한 ‘e편한세상 테라스 오포’ 청약에서도 저층 테라스 인기가 확인됐다. 전체 569가구 모집에 1334명이 신청해 평균 2.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2단지 1층 84㎡T형이 1순위에서 40대의 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1층 43가구는 거실 전면부에 최대 71㎡의 ‘와이드테라스’가 제공됐는데 분양가가 가장 비쌌지만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병훈 테라스오포 분양소장은 “희소성 가치 때문에 1층 와이드테라스가 다른 층보다 계약률이 더 높다”고 귀띔했다.


광진구 구의1구역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도 저층 특화설계의 효과를 봤다. 삼성물산이 지난 2월 첫 선보인 ‘아뜰리에 하우스’란 평면이다. 이는 지하에 전기ㆍ통신선 등이 들어가는 설비관리층인 피트(pit) 공간을 녹음실, 스튜디오, 영화감상실 등으로 꾸밀 수 있는 다용도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전용 122~145㎡에 6가구에 제공됐다. 지하에도 별도 주방과 욕실, 지하주차장과 연결되는 현관 등을 마련해 세대를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화평면은 통했다. 이달 초 이뤄진 청약에서 122~145㎡ 6가구에 113명이 지원해 18.83대의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평균경쟁률(12.53대 1) 보다 높았고, 59㎡ 소형을 포함한 전 주택형 중 최고 기록이었다.

저층 특화설계는 중견건설사로도 번지고 있다. 라온종합건설이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분양하는 ‘남양주 라온 프라이빗’은 전용 72ㆍ84㎡의 1층 17가구를 지하1층 스튜디오를 포함한 복층으로 구성한다. 분양대행사 엠케이코리아의 박경국 이사는 “저층부는 아무래도 선호도가 떨어지다 보니, 라온이 복층구조를 시도했다”며 “1층의 지하에 거실만한 공간을 만들어 입주자 취향대로 서재, 바, 영화감상실 등으로 꾸밀 수 있게 했으며,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이 지난해 10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운양역 한신 휴 더 테라스’는 1층 테라스와 4층 복층구조가 먼저 조기계약됐다. 인근 부동산업소에 따르면 옥상정원을 얹은 복층형 4층은 3000만~4000만원, 1층 테라스형은 1500만~2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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