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롯데마트 간편식은 무조건 달라야 한다”…하루 종일 먹는 남자 문 과장의 자신감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하루 종일 먹으러 다니는 남자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듯한 생활인데, 이 남자는 그저 ‘일’이란다. 롯데마트의 간편가정식(HMR)을 담당하는 문경석 과장 얘기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자체 HMR 상품을 ‘요리하다’라는 브랜드로 통일하고 꾸준히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문 과장은 기존 브랜드인 ‘초이스엘’을 계속 쓸지 새로운 브랜드를 낼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해외 사례를 보니 유럽 같은 곳에서는 유통기한이 1주일 밖에 안 되는 HMR이 엄청 많더라고요. HMR 시장이 그만큼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는데, 우리가 그 트렌드로 가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거든요. 결국 계속 성장하는 HMR 시장을 끌어가려면 단독 브랜드가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첫 출시한 제품은 아시아푸드, 중화요리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볶음밥류나 만두류 등을 변형시킨 형태로 나왔다. 기대만큼 새롭지는 않다는 평도 있었다. 이에 대해 문 과장은 “식품 쪽이 의외로 보수적”이라며 “반 발만 앞서가야지 한 발을 앞서가면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내에서도 제품 출시를 앞두고 ‘혁신제품’이라 볼 수 없다고 말이 많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을 지켜야 했기에 ‘반 발’만 나갔다는 것이다.

제품 하나가 나올 때마다 사내에서도 이러쿵 저러쿵 ‘훈수’가 많았지만, 문 과장이 제품에 자신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상품이 하나 나올 때까지 거치는 꼼꼼한 심사들이다.

롯데마트 HMR은 바이어들이 콘셉트보드를 통해 연구원에게 제안한 신메뉴를 수많은 시식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연구원들은 같은 제품이라도 재료 산지나 비율 등을 다르게 해 20~30여개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내부 시식을 거쳐 1차로 통과한 제품은 주부 패널들에게 돌아간다.

소비자 조사 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주부 패널 평가는 한 달에 2번 정도. 이 중 합격률은 40~50% 수준. 본선에 진출한 제품 중 절반은 탈락한단 얘기다.

문 과장은 최종 합격 제품의 비결에 대해 “롯데마트 HMR은 무조건 기존 제품과 차별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맛이 됐건 소재가 됐건 기존 제품과 달라야 해요. 메밀면이라도 그냥 메밀면이 아니라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메밀과 밀가루의 비율을 조절하는 식으로요. 아무리 맛있게 샘플을 만들어 내놔도 ‘기존 제품이랑 별 차이가 없다’는 평이 나오면 통과 못합니다”.

합격 상품이 정해지고 나면 일이 훨씬 수월하다. 제품 맛이 확정되기 전에 연구소에서 30개 이상의 제품을 먹는 과정은 문 과장에게 정말 ‘고충’이다. “남들은 샘플 평가하러 간다고 하면 맛있는 것 먹으면서 유유자적 시간 보내도 오는 줄 알지만, 10개 이상 먹다 보면 진짜 먹는 게 일이에요. 그 고충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는 향후 HMR 시장의 성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옛날에는 저도 HMR 상품에 대해 ‘팔리지도 않을

거 왜 만드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대중들이 한식만 원하지는 않으니까 이에 맞춰 상품 질을 높이고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생겼죠. 지금은 HMR의 요건 중에 가격은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맛있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은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식이예요. HMR 시장은 아직 누구도 주도권을 잡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게 롯데마트가 되어야죠”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