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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주주 CEO가 기업문화 혁신 전면에 나서라
우리 기업의 조직 건강도가 너무 허약하다. 열에 일곱, 여덟(77%)은 평균 이하 체력이고, 다섯 이상(52%)이 중병을 앓고 있다. 권위주의적 상명하복식 업무지시와 상습적 야근, 비효율적인 회의, 지나치게 잦고 형식적인 보고 등이 기업 건강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한다. 그만큼 기업문화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이란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인 매킨지와 9개월간 국내 기업 100개사와 임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 종합보고서 내용이 그렇다. 리더십, 조율과 통제, 역량, 책임소재 등 9개 영역 37개 항목에 걸쳐 평가해 글로벌 기업 1800개와 비교 분석한 것이라 실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하다. 특히 습관화된 야근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는 기업 경쟁력 제고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2.3일 야근을 한다. 하루 걸러 한번은 야근을 하는 셈이다. 이러니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요원한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시간 40분 가량 더 일한 직장인의 생산성(45%)이 그렇지 않은 사람(57%)보다 오히려 낮았다.

상사가 불합리한 지시를 해도 ‘노(NO)’ 또는 ‘왜(WHY)라고 말하지 못하고 무조건 복종하는 ‘불통’도 문제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경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한국 기업의 임원실은 장례식장 같다”는 말이 나올까.

구시대적 기업문화는 생산성만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만들어 낸 원천도 따지고보면 자유분방한 기업문화다. 질식할 것같은 한국의 기업문화속에서 이런 창의력의 싹을 틔울 인재가 남아날 리 없다. 야근과 휴일 출근을 밥 먹듯 하면 결국 지역 소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낡고 병든 기업문화를 확 뜯어 고치는 일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보고서가 좋은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기업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 특히 대주주 CEO가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 기업문화를 혁신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결국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부터 느껴야 한다. 기업 문화가 건강해야 가정은 물론 국가와 사회도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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