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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AI개발은 ‘현판식’보다 ‘성장토양’ 만드는게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인공지능 응용ㆍ산업화 간담회를 열고 투자액을 2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능정보 사회플랜을 연내에 발표하고, 인공지능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5차례에 걸쳐 치러진 ’바둑천재‘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의 대국이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은데 따른 행보임이 자명하다. 시대의 흐름에 신속히 대응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만, ‘그럼 그렇지’라는 실소가 먼저 나오고 만다. 이름만 갖다붙인 ‘트렌드 편승’의 데자부 같아서다. ‘한국형 닌텐도’와 ‘한국형 유투브’를 만들겠다던 공허한 졸속정책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지난 1996년 체스에서 인간을 눌렀던 AI가 무한한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에서마저 인간에 우위를 보일 만큼 진화했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영화와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지능과 로봇이 실생활에 등장할 날이 머잖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통상자원부나 미래부와 같은 ‘즉흥행정’으로는 제2의 알파고를 만들거나 AI산업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 AI개발은 제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른 분야다. 고도의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막대한 R&D 자금이 투입되어야한다. 그러고도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구글은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가치를 알아보고 4억달러에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14년간 구글은 인공지능 개발에 28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IBM과 도요타도 10억달러, 중국의 바이두도 3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정책과 기업토양은 이런 ‘과정과 인풋’은 외면하고 ‘결실’을 따먹는데만 급급했다. 첨단기술을 가진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먹잇감이 되어 사라졌다. 만약 한국에 딥마인드가 있었다해도 수천억원을 지불할 기업이 있을까? 히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한국인이었다면 뇌과학자 대신 안정된 의사를 택했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AI분야 석박사수 역시 수요에 크게 못미친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연구노력을 ‘계량화’해서 평가해 지원하는 현재의 정부 시스템도 개선되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울좋은 현판식이나 지원금 증액같은 전시행정으로 관심만 모으려는 발상은 이제 지양할 때도 됐다. 한번이라도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 뒤 진짜 도움이 되는 지원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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