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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인공지능이 정말 일자리를 없앨까? - 이민화 KAIST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다보스포럼, 가트너그룹, 영국 옥스퍼드연구소 등이 인공지능으로 일자리의 태반이 사라진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벌써부터 로봇저널리즘의 등장으로 잘 나가던 언론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이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인가.

1, 2, 3차 산업혁명 역사의 교훈은 기술혁신이 산업형태를 바꾸지만 전체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계의 등장과 IT의 등장으로 생산성은 증가되나 시장의 수요가 더 빨리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기술의 진보와 대항하는 일자리는 사라지고, 기술의 진보가 창출하는 신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도 동일한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을 통해 전문가의 영역을 혁신하고 있다. 선망의 직업인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의사, 기자, 금융인 등 전문직이 사라진다는 게 옥스퍼드대의 예측이다. 오히려 행동이 수반되는 로봇의 상용화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육체노동의 대체는 전문직보다 늦어질 것이라 한다.

“컴퓨터는 놀랍게 빠르고, 정확하지만 대단히 멍청하다. 사람은 놀랍게 느리고, 부정확하지만 대단히 똑똑하다. 이 둘이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된다.”

아인쉬타인의 말이다. 사람에게 고양이를 인지하는 것은 쉬우나 체스는 어렵다. 반대로 인공지능에게 체스는 너무나 쉬운데 고양이 인지는 대단히 어렵다. 걷는 것은 인공지능에게 지난한 과제이나 사람은 누구나 쉽게 한다.

이러한 모라벡의 패러독스가 의미하는 것은 인공지능과 사람은 상호배척이 아니라 상호협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미래 예측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력을 통한 더 나은 세상의 일자리 시나리오를 제시하고자 한다.

기자라는 전문업무의 대부분은 사실상 삽질형태의 반복작업이다. 신문과 방송 제작·편집과정에는 과거 자료를 찾는 재미없는 일들이 널려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전문가의 업무에서 삽질을 분담해 업무의 질을 높여준다.

문제는 전문직의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기자들의 퇴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다. 그런데 전체 언론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전체 일자리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간과돼 있다. 초연결·지능사회는 필연적으로 개인화 서비스가 폭증하게 된다. 매스(mass) 미디어에서 ‘내로우(narrow) 미디어’로 다양화되면서 폭증하는 언론의 수요를 인공지능 도우미와 협력하는 언론인들이 공급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언론인들의 일자리는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개인화는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 법률, 교육, 자문,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올리는 이상으로 개인화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것이다. 의료와 결합한 인공지능은 전세계에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양극화 유발이 아니라 양극화가 해소되는 효과가 크다.

만약 시장의 확대보다 생산성이 더욱 증가하는 경우에도 분배를 위한 거버넌스(협의체)만 확보되면 양극화는 해소된다. 사회적 가치는 일에서 놀이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생산업무의 질은 향상되고 개인화된 시장수요는 충족돼 사회 전체의 만족도가 증가하게 된다. 인류는 생산의 호모 파베르에서 놀이의 호모 루덴스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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