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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난데없는 페미니즘 바람, 여자는 왜?
요즘 뉴스를 보면 딸 가진 엄마들은 아이가 남자란 동물의 근처에도 가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연일 집중 보도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실태를 보면 살벌하다. 얼굴에 깊은 자상이 날 정도로 칼부림을 하고 만나주지 않는 여자에게 하루에 1000건 이상 문자를 보내고 신체 협박까지 일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한 달 집중 신고기간 동안 경찰이 입건한 가해자가 800여 명, 신고를 꺼린 경우까지 합치면 수치는 확 올라간다. 이 가운데 전과자는 58.9%나 된다. 밤길엔 안심이앱을 켜고, 웨어러블 기기를 차고 다녀야 하는 현실이다.

얼마전 정치와는 좀 거리가 있는 10대들까지 입방아를 찧으며 주목을 받은 화제 중 하나는 조은비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그가 관심을 끈 단 하나의 이유는 외모였다. 비키니 셀카로 도배된 얼짱 예비후보의 공약이 무엇인지는 그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게 SNS상의 뜨거운 논쟁의 요지였다. 외모로 평가받는 여성 정치인 얘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란 책으로 유명한 페미니스트 리베카 솔닛은 이런 현상을 젠더 문제로 본다. 잰체하며 여성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남자의 태도, 일명 ‘맨스플레인’과 여성혐오, 폭력, 강간이 한 맥락이라는 얘기다. 맨스플레인은 맨(Man)과 익스플레인(Explain)을 합친 신조어로, 2010년 타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맨스플레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솔닛이 어느날 한 파티에서 한 남자를 우연히 만났는데 이 남자가 거들먹거리며 아주 중요한 책이라며, 이야기를 꺼내더란 것이다. 알고보니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서평 정도를 읽고 잘난체한 거였는데, 문제는 바로 자기 앞에 그 책을 쓴 주인공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거다.

요즘 서점가에 난데 없는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여성학, 젠더 관련 도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늘면서 5년전에 비해 판매가 2.5배 늘었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인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허물기’ 스웨덴 출신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에 이어 여성운동의 대모격인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까지 기세가 만만치 않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는 영미권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서프러제트’의 원작으로, 이 영화는 국내 상영을 앞두고 있다.

20대 여성이 압도적인 구매력을 보이고 있는 페미니즘 책은 지난해 SNS상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발언과 여성정치인에 대한 시선과 논란, 여성 강간 등 세계적인 이슈와 맞물려 확산되는 추세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단단한 유리천정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한동안 입에 담길 꺼렸던 색바랜 페미니즘을 다시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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