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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동하는 봄을 닮은 연주…최고의 화음, 최고의 관객
제3회 헤럴드필 정기연주회 리뷰
제3회 헤럴드필 정기연주회 리뷰
테너 김동원·신동원·이동명
독특한 음색·감성·기교에 청중들 매료
‘경복궁 타령’등 합창땐 탄성이 절로…
굵고 부드러운 트롬본 음색에 빠지고
흥겨운 타악기 연주에 감동 받고…
‘소방관을 위한 기도’ 지휘자 헌정연주도


이날은 7명의 타악기 연주자들이 가장 바빴다. 무대 뒤편에서 한참 기다리다 짧고 굵게 존재감을 나 타내던 그들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음악의 중심이 되어 때리고 흔들며 쉴 새 없이 소리를 냈다. 그중에서 솔리스트 심선민이 가장 빛났다.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그는 팀파니, 마림바, 실로폰 등 타악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10여 분간 힘을 쏟았다. 타악기 연주자에게 ‘한 두 번 치는데 돈은 다른 주자랑 똑같이 받아도 되느냐’는 농담은 삼가야 할 것이다. 헤럴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타악기를 재발견하는 도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3회 헤럴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헤럴드필) 정기연주회는 김봉미 상임지휘자의 기획력이 빛나는 무대였다. 대중과 거리가 먼 클래식이 아니라 누구나 최고의 관객이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공연을 원하는 지휘자의 취지가 여실히 드러났던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귀에 익숙한 곡으로 문을 열었고, 낯설지만 흥미로운 현대음악으로 정점을 찍으며 청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제3회 헤럴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는 17개의 타악 연주의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내 기운생동하는 봄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은 리허설 모습.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듯 팡파르처럼 울려 퍼졌다. 70여 명 단원들은 초반부터 안정적인 연주력을 보이며 무게를 잡기 시작했다. 진지한 표정의 지휘자는 절제된 손짓으로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쌓아갔다. 출발은 순조로웠으며 지휘자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곡을 마무리했다.

첫 곡이 끝난 후 김봉미 지휘자는 “무대 위 연주자와 좋은 파트너가 되어서 최고의 공연을 만들자”며 “일단 최고의 연주가 준비되었으니 최고의 관객이 되어달라”고 하자, 청중은 한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이어서 ‘쓰리테너’의 무대가 펼쳐졌다. 지휘자의 재치있는 설명을 빌려 “테너들은 질투가 심해 한 무대에 세워선 안 되는” 것일 순 있겠으나, 청중의 입장에선 반가운 조합이었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일트로바토레’ 중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 중 ‘의상을 입어라’를 각각 테너 김동원, 신동원, 이동명이 차례로 불러 쓰리테너의 음색, 기교, 감성을 동시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이들은 독창에 이어 ‘거문도 뱃노래’와 ‘경복궁 타령’을 합창했는데, 서로의 목소리를 뚫을 듯 우렁찬 화음을 만들어내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세 테너는 모두 승리(Vincero)했다.

2막은 1막과 확연히 다른 빛깔로 칠해졌다. 익숙함에서 새로움으로 전환했다. 스코틀랜드 민요 ‘애니 로리’를 트롬보니스트 이철웅이 솔리스트로 나서 연주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악기인 트롬본의 부드러우면서도 굵은 음색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어 현존하는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조셉 슈완트너의 타악기 협주곡이 심선민의 주도로 연주됐다. 7명의 연주자가 비브라폰, 차임벨, 우드블럭, 드럼 등 15개 이상 타악기로 리듬을 주고 받으며 청중을 흥겨운 세계로 인도했다.

러시아 작곡가 보로딘의 ‘폴로베츠 사람들의 춤’을 끝으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닮은 연주회가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김봉미 지휘자는 합창석에 초대된 소방관 가족을 향해 ‘소방관을 위한 기도’란 자작곡으로 헌정 연주를 했으며, 앙코르곡으로 한 편의 연극처럼 연출한 ‘타자기협주곡’을 선물했다.

이번 연주회를 통해 3살 된 헤럴드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해졌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힘쓰되 파격적인 도전으로 청중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면 헤럴드필의 개성은 살아나며 수명은 길어질 것이다. 한층 안정적이며 풍성한 연주를 선사한 젊은 단원들에게서도 희망을 읽었다. 앞으로 어떤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송현지 문화칼럼니스트 /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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