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춘이 지나고 경칩(3월 5일)이 눈 앞이다. 2월 마지막 날 한파를 보면 대동강물이 풀리기엔 아직 멀어 보인다. 그래도 계절은 어쩔 수 없이 봄맞이를 준비할 것이다. 개구리도 놀라서 깨어난다는 경칩, 하지만 우리 경제의 봄날은 아득할 뿐이다. 깨어나기는 커녕 시간을 거슬러 동면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새해들어 두달동안 만나 본 기업인들의 시선도 한 겨울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어있다. 빈말이라도 ‘올해 경우에 따라선 괜잖을 수도 있다’란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한파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인들이 경기를 보는 시선이 불안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의 폭은 깊어지고 길어지는 느낌이다. 사업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기업들의 우려섞인 시선은 체감경기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결과 3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8.3으로 기준인 100을 밑돌았다.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보다 안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3월 전망치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100이 깨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의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중 제조업 업황 BSI도 63으로 4월째 떨어지고 있다. 업황BSI는 2009년 3월이후 7년여만에 가장 낮다. 메르스 한복판이었던 지난해 6월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소비심리도 한겨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8이다. 메르스 영향 때문에 소비가 위축됐던 지난 해 6월(98)수준이다. 향후 경기전망지수는 75로, 2009년 3월이후 7년여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인과 소비자 모두 현재 경기상황이나 앞으로 경기흐름이 글로벌 경기 위기 한복판이었던 2009년가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수출도 비상이다. 2월 수출은 20일까지 전년 동월대비 17%가 줄었다. 남은 기간동안 극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 수출은 작년 1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1년 3월부터 2002년 3월까지 13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것이 종전 최장기록이었다.

수출은 내리막길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움추러 들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여러 숫자를 살펴보면, 2009년 위기가 2016년 위기로 재현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릴 형국도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신상품’도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을 살릴 절박한 묘안이 시급한 때다. 노동개혁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다. 경제가 어렵다는 절박함을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눈을 감은 형국이다.

계절은 봄으로 들어섰지만, 경기의 봄날은 아직 멀어 보인 다. 우리 경제의 위기를 바라보는 정치권에 생각이 미치면, 봄은 영영 안 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마져 든다.
 
jlj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