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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렸다, 스마트홈 ①] 우와,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니 내 건강정보가 거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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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체험해보니…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1. 스마트폰을 터치하니, 조금 전까지 꺼져 있던 공기청정기의 LED창이 켜지며 작동을 시작했다. 약ㆍ중ㆍ강, 바람의 세기도 터치로 조절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외부 온도를 비롯해 실내 온도와 습도 등이 실시간으로 떴다. “봄철에 황사주의보가 발효되거나 공기질 측정기가 실내 공기의 청정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공기청정기를 작동할까요?’라고 메시지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2.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잠시 후에 세면대 거울에 각종 숫자가 떴다. 몸무게, 근육량, 심전도, 혈압 같은 각종 수치였다. 피부와 변기가 맞닿는 부분에 센서가 기본적인 건강수치를 확인해 전송한 결과다. 모두 사람은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눈길을 잡아당기는 매력적인 기술들이다. 다만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살림집에서 벌어진 장면은 아니다. 지난24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경향하우징페어에 SK텔레콤이 설치한 스마트홈 체험관과 삼성물산이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마련한 스타일관을 찾은 기자가 확인한 스마트홈 기술의 일부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스마트홈 개념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집 안의 각종 기기들과 스마트폰이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연결돼 있는 궁극적인 개념도 아직도 ‘체험관’ 안에서의 이야기다. “미국과 중국에서 스마트홈이 대중화를 이뤄가는 것을 보면 국내 시장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에서 기반을 닦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비전과 맞물려 성장성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홈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설업계에서도 대형사 중심으로 스마트홈 ‘열공’이 한창이다. 스마트홈에 건설업계의 비전이 있다는 공감대는 널리 퍼져 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스마트홈 앱으로 실내 공기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공기청정기나 제습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사진=SK텔레콤]

건설사들, 스마트홈 ‘열공 중’=현대건설은 최근 SK텔레콤과 스마트홈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 등을 펼치며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건설은 오는 하반기에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SK텔레콤이 개발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장에서 누구나 주목할만한 랜드마크 단지에 하반기 중 우선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삼성물산도 스마트홈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분양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서초동 우성2차 재건축)에 낮은 수준의 IoT 기술을 접목했다. ‘래미안 스마트홈 앱 2.0’으로 조명과 난방 등 집안 일부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인 부분이다. 김명석 삼성물산 디자인ENG팀 부장은 “단순히 ‘기기들의 연결’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엔 이런 구상을 적용한 단지를 선보일 수 있다”고 했다.

포스코건설도 스마트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이미 낮은 단계의 기술은 제공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으로 전등, 가스차단, 난방가동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것. 단지 내 놀이터나 보육시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영향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정도다.

대림산업은 스마트기기로 가스ㆍ조명ㆍ난방을 제어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홈 앱을 내년 8월 입주하는 용인 ‘e편한세상 수지’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갤러리 스타일관(체험관)에 설치된 스마트 월패드.

“단순 시공에 부가가치 더해야”=스마트홈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핵심은 플랫폼이다. 조명, 냉ㆍ난방기기, 각종 전자기기 등 각종 제품과 요소들을 한꺼번에 연동시켜 원활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사령부’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플랫폼을 지배하는 업체가 스마트홈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마트홈을 건설업계의 비즈니스 모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플랫폼은 어차피 건설사들의 전문분야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설비 담당자는 “높은 수준의 스마트홈 체계를 개발해 구축하려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우리 주택시장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고 원가절감에 대한 압박은 꾸준하기 때문에 스마트홈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반면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앞으론 단순히 건물을 지어서 판매하는 시장은 줄어들 것이고, 부가가치를 키우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며 “공간을 짓는다는 기본 역할에 더해서, 다른 산업군과의 적극적인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정부가 의욕적으로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을 밀고 있는 것은 기회로 꼽힌다. 뉴스테이에서는 장기적인 ‘주거관리’와 ‘임대관리’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기에 스마트홈을 활용할 여지가 많아진다. 임대관리업체들도 스마트홈을 활용한 주거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재성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팀장은 “스마트홈을 수용할 것인지 기존의 홈 네트워크 수준만 유지할 것인지는 정부가 강제할 수도 없는, 각 회사가 자체적으로 선택할 문제”라며 “건설사들이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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