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얼음물·봉지커피, 그리고 15년차 배우 김무열
장진 연출 연극서 ‘형사2’役 열연
장르 버무려진 무대 존재감 폭발



김무열은 올해로 15년차 배우다. 2002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 2007년 KBS 단막극 ‘드라마시티’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고, 영화( ‘작전’, ‘최종병기 활’, ‘은교’등)와 뮤지컬( ‘삼총사’, ‘광화문 연가’, ‘아가씨와 건달들’ 등)을 통해 착실히 필모그라피를 쌓고 있다.

현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얼음(작ㆍ연출 장진)’은 배우 김무열을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문화창작집단 수다와 수현재컴퍼니가 제작, 초연한 작품으로, 농촌에서 벌어진 여성 토막살인사건의 용의자 소년을 둘러싸고 두 명의 형사가 벌이는 심리극인데, 김무열은 젊고 거친 ‘형사 2’역을 열연했다. 

‘형사 2’ 역을 맡은 김무열. [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이야기지만, 풀어가는 형식에는 ‘장진식 유머’가 가득하다. 무대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열여덟살 소년을 두고 두 형사가 관객들과 흥미진진한 두뇌 싸움을 펼치는 가운데 어이없는 유머 코드가 예고없이 터진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형사 2’다. 연극 ‘날보러와요’에서 배우 김뢰하가 연기했던 ‘폭력형사’ 조형사 캐릭터가 겹쳐진다.

‘형사 2’역을 맡은 김무열은 마치 원래 그런 사람이기라도 했다는 듯, 내뱉는 단어 사이 사이에 거침없이 욕을 섞는다. 곧 주먹이라도 날릴 듯 눈을 부릅뜬 채 빈 의자(소년)를 노려보는가 하면, 얼음 섞인 물에 봉지커피를 넣어 아이스커피를 만드는 다소 ‘허당스러운’ 상황 설정으로 폭소를 유발한다.

극 중 두 형사는 각각 ‘윤계장’과 ‘김순경’으로 잠시 1인 2역을 소화하는데, 김순경으로 분한 김무열의 천연덕스러운 ‘혀 짧은’ 연기는 15년차 배우의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릴러와 서스펜스, 그 안에 코믹까지 잘 버무려가다 살인자를 밝히는 엔딩은 다소 맥이 빠진다. 그래서 범인이 소년이라는 건지, 소년의 아버지라는 건지, 관객마다 결론이 다르고 심지어 제작사 관계자의 설명마저 제각각이다. ‘열린 결론’이라는 건데, 장진 극이 그랬듯 몹시 불친절하다. 대신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런데 불현듯 궁금해진다. 왜 ‘얼음’일까.

형사 2의 ‘아이스커피 신’과 어떤 연관이라도 있는 걸까. 뜨거운 물에 커피를 녹인 후 찬물과 얼음을 넣는 ‘상식적인’ 순서와는 반대로, 얼음 넣고 커피를 녹인 후 냉동실에 넣어 아이스커피를 만드는 이 에피소드가 다소 장황하게 이어지는 데에는 연출의 의도가 있었던 걸까.

소년과 아버지, 누가 범인이든 여인은 죽고 없는 얼음처럼 냉랭한 현실을 빗댄 건 아닐까, 혹은 뒤죽박죽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 대한 비유는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철민, 박호산, 김대령, 김무열 출연. 3월 20일까지 수현재씨어터.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