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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미스터리…미분양 2000% 늘었는데 청약경쟁률은 ’수백대 1‘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132.2대 1.

지난달 대구에서 기록된 평균 청약경쟁률이다. ‘범어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와 ‘대구대신 e편한세상’이 나란히 분양시장에 나왔다.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수성구에서 나온 ‘범어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범어4동 삼오아파트를 재건축)는 35가구를 모집하는데 5000여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49.4대 1을 찍었다. 중구 대신동에 조성된 ‘대구대신 e편한세상’(대신2-3지구 재건축)에는 217가구를 모집하는데 무려 2만8000여명이 달려들었다.

새해 첫 달, 전국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8.91대 1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달 성적(11.05대 1)과 비교해 소폭 떨어졌다. 지난해 대구와 함께 청약 돌풍을 이끌었던 부산은 3.11대 1에 머물렀다. 청약자 수는 5만4000여명으로, 1년 전과 견줘 딱 절반으로 줄었다. 이처럼 연초 아파트 분양시장은 비교적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대구에서만큼은 ‘딴 나라 이야기’다.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사진=대구시청]

일각에선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 상황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미분양이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미분양분은 2396가구로 전달(114가구) 대비 2000% 넘게 불어났다. 연말에 2900여가구가 분양시장에 풀린 것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자를 찾지 못한 셈이다. 지난달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도 연말 대비 하락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대구 현지의 공인중개사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기대감이 있는 도심지와 기대감이 떨어진 외곽지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에는 청약자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청약에 나섰다면, 이제는 선별적 청약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투자수요자들이 쪼그라든 것이 그 배경에 있다.

지난달 ‘대구대신 e편한세상’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사진=㈜삼호]

최병련 공인중개사협회 대구지부장은 “작년에는 외부 투자수요자들이 가점 높은 통장을 들고 대구로 몰리면서 경쟁률이 띄우고 분양권 프리미엄(웃돈) 수준을 부풀렸는데 지금은 그런 수요가 빠져나간 상태”라며 “작년 말부턴 순수 대구 거주자들이 도심권 사업장에만 청약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도차’가 심하다. 지난달 분양된 단지들은 모두 도심권으로, 완판된 상태다. 반면 지난 연말에 외곽인 달성군에서 나온 곳들은 계약률이 30~5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분양 관계자는 “작년엔 지역을 불문하고 초기계약률이 90%를 쉽게 넘었는데 이제는 비 도심권에선 로얄층 아니면 계약이 잘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도심권 단지라도 한때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던 분양권 웃돈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 분양이 이뤄진 곳들도 분양권에 붙은 웃돈은 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외곽에서 미분양이 불거지는 건 대구 전체 시장에는 부담이다. 이 지역에선 입주를 앞둔 물량도 많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달성군에서만 1만4000여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시 전체 입주물량의 50%를 넘는 수준이다.

최병련 지부장은 “입주물량도 많은데 새로 분양을 받을 이유가 없다. 외곽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웃돈 얹어서 산 사람들은 이미 전매가 힘들다”며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시점까지 팔리지 않는다면 대폭 할인된 가격에 전세를 내놓거나, 원래 살던 집을 비우고 이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달성군에서 형성된 공급과잉의 여파는 대구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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