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수칠때 떠난다’…퇴임 이재영 LH 사장의 ‘매미론’ 눈길
“2년8개월간 열정다해 일해 행복”
재충전위해 임기 4달전 사의표명


이재영<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8일 돌연 사의를 밝혔다. 경남 진주 본사에서 퇴임식까지 일사천리로 했다. 임기를 4개월 남긴 상황에서다. LH 내부에서도 이재영 사장의 이런 결정은 이날 알려졌을 정도로 급작스러운 것이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 말께 청와대엔 사의를 표명한 걸로 안다”고 했다.

이 사장은 2013년 6월 통합 LH(토지공사+주택공사)의 2대 사장으로 취임한 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걸로 평가된다. 재임기간 동안 금융부채를 15조8000억원이나 줄였다. 선순환 사업구조를 정착시킨 결과로, ‘부채 공룡’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었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A등급을 받아 LH를 역대 최고 신용등급에 올려놨다. 준시장형 공기업 16개 중 최고다. 이런 결실을 거뒀는데, 임기를 꽉 채우지 않고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LH 측은 이와 관련해 자료를 내고 “취임 초기 산적했던 경영현안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소진돼 재충전과 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공개혁의 지속적인 추진과 경영안정을 위해선 연초에 사임하는 게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소 소신답게 1월말에 사의를 표명하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사장의 속내는 그의 퇴임사에서 조금 더 엿볼 수 있다. 이른바 ‘매미론’이다. 그는 “그동안 능력에 넘치는 자리에 와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이 한시도 떠난 적이 없었는데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도 거뒀고, 특히 올해 들어서는 제 자신이 많이 지쳐가고 있고 몸도 갈수록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고 특히 아쉬움이 있을 때, 칭찬받을 그 때가 바로 떠나야 될 때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내려 놓을 때라는 생각에서 사임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매미를 거론했다. 그는 “옛사람들은 매미에게 ‘문(文)ㆍ청(淸)ㆍ렴(廉)ㆍ검(儉)ㆍ신(信)’의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며 “특히 매미는 성충이 돼 1주일 정도 밖에 살지 못하지만 열정을 다해 할 일을 하고,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떠날 줄 아니 신의가 있다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해온 37년간의 사회생활 중 LH에서 보낸 2년 8개월은 매미가 주어진 시간동안 열심히 할 일을 했던 것처럼 열정을 갖고 일했고, 특히 처음으로 진주에 살면서 즐겁게 보냈기에 행복했다”고도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