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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저출산의 덫’ 청년세대 위한 주거정책이 해법 -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
해리덴트라는 미래학자는 2018년이면 한국이 인구절벽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1980년 2.82명 수준이던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1년엔 1.3명 이하의 초저출산사회로 진입했다. 현재는 1.19~1.21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이 2.1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출산율이 1.7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출산율 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출산율의 추가 하락세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출산율 반등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저출산의 덫’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에서는 1990년에 출산율이 1.57인 상황을 ‘1.57쇼크’로 지칭하며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는다. 그나마 최근 발표된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고용과 주거의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출산율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동안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은 모성보호나 양육지원 등을 우선시하였으나, 이제는 만혼과 비혼을 해소할 수 있는 고용이나 주거안정에 시선을 돌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연구도 결혼한 가구가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문제보다도 만혼과 비혼 등이 저출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교육상승에 따른 취업 증가, 늦은 결혼으로 인한 출산시기 지연, 자녀양육의 경제적 부담 등이 그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거안정과 주거부담의 문제가 출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86~87%가 비혼과 만혼의 원인으로 ‘집 장만 등 결혼 비용이 부담스러워서’을 꼽았다.

인구센서스 자료를 보면 가구주의 연령이 28~42세인 경우 자녀수가 한 명인 가구가 38.2%인 반면 두 명인 가구는 44.5%다. 즉, 결혼한 가구들은 자녀를 둘 이상 출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저출산의 원인이라면 이러한 원인을 해소해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세대 고용과 주거지원을 통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면 출산율 제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출산과 양육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구와 사회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주거복지는 현재의 저소득 서민계층을 위해 주로 운영되지만, 미래세대의 문제를 위해서도 사회적 자원을 배분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지구종말 시점을 알려주는 ‘운명의 날’ 시계가 종전보다 2분 앞당겨져 11시 57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시계는 지금 몇 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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