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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보부상 조부의 자취를 따라…‘천상 상인 DNA’ 박용만
“왜 걷냐고요? 보부상을 하며 전국을 누볐던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었어요. 이 길을 택하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주말에 틈만 나면 도보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비바람이 치든, 폭설이 오든 상관없이 걷는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할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그의 조부 박승직은 두산그룹 창업주다. 그는 구한말 해남에서 보부상을 시작해 재산을 모았다. 이어 종로에 상점을 낸 뒤 회사를 그룹으로 키웠다. 맨손으로 그룹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조부께선 보부상으로 일하시면서 전국을 누비셨지요. 어떤 기분이셨을지 느끼고 싶었어요. 올해 상반기까지 남도천리 횡단 일정을 마치면 하반기에는 강릉과 부산을 잇는 횡단에 도전할 겁니다” 

그의 행보에 지침이 없다. 2004년 11월 그는 두산그룹의 발상지인 ‘종로 배오개’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도보 횡단을 결심한다. 32차례의 도전 끝에 1년 9개월만인 2006년 8월 550km의 장정을 마쳤다. 첫 도전에 성공하면서 그는 전국을 종횡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2차도전은 인천 두산인프라공장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30km를 횡단하는 일이었다. 2006년 11월 시작해 3년 10개월만인 2010년 9월 횡단을 끝냈다. 섭씨 34도 고온에도 도전을 강행한 탓에 열사병 위험과 싸워야 했고, 눈 비바람도 맞아야 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2012년 12월 남도천리 도보를 시작한 박 회장은 365km를 행군했다. 지금까지 도보로 걸은 거리만 1245㎞다. 남도천리 구간은 이제 140km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구간 횡단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지난 23일 도전도 쉽지 않았다. 영하 10도의 날씨였고, 주남 저수지를 끼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철새 도래지인 이곳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철새도 평소와 달리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걷는 게 참 재미있어요. 많은 걸 볼 수 있거든요. 보람도 있구요. 무엇보다 많은 걸 보고 깨우쳤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촌노들을 보면서 경제를 일으켜야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습니다”

박 회장은 이번주말도 어김없이 7인의 동반자들과 도보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7인의 동반자는 그가 14년간 함께했던 두산 계열사 30~50대의 직원들이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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