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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한 인간들의 어처구니 없는 선택
“인간은 모순덩어리에 감정적 동물” 똑똑한 사람도 종종 어리석은 결정 합리적 호소보다 감성 공략이 효과 강요보다 자연스럽게 행동 유도를
“인간은 모순덩어리에 감정적 동물”
똑똑한 사람도 종종 어리석은 결정
합리적 호소보다 감성 공략이 효과
강요보다 자연스럽게 행동 유도를



#마야는 더블 침대용 커버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매장에서 더블침대용 커버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는데 마침 그게 세일중이었다. 정상가는 킹 사이즈가 300달러였고, 퀸 사이즈는 250달러, 더블은 200달러였다. 그런데 이번 주만 사이즈에 관계없이 모두 150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야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만 킹 사이즈 커버를 사버리고 말았다.

#빈스는 실내 테니스 클럽에 1000달러 회비를 내고 가입을 했다. 그런데 두 달 후 테니스 엘보 중상이 나타나면서 테니스를 하는 것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졌다. 그래도 빈스는 회비가 아까워 석 달동안 고통을 참아가며 운동을 했다. 그러다 결국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테니스를 그만두게 되었다.

두 사례는 왠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일상 속에서 우리도 흔히 저지르는 일이다. 같은 값이면 정상가가 더 비싼 물건을 사야 이득을 봤다고 여기는 심리다. 마야는 똑똑한 심리학자인데도 자신의 침대에 딱 맞는 커버를 사는 대신 킹 사이즈를 사 결국 장 속에 모셔두고 만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넛지’로 일약 스타가 된 리처드 탈러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교수는 심리학자, 경제학자인 자신의 친구들이 왜 이렇게 어리석고 잘못된 결정을 하는지 궁금했다. 1970년 어느날 탈러는 자신을 혼란에 빠트린 이런 주위의 ‘잘못된 행동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리더스북)은 행동경제학의 화려한 꽃이랄 ‘넛지’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행동경제학의 역사라 할 만하다. 즉 이성적, 합리적인 계산기를 두드려놓고 결정적 순간에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인간 행동에 대한 탐색이다.

전통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이성적, 합리적 판단, 즉 최적화 작업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본다. 그러나 실상은 위의 사례처럼 한심하다. 탈러 교수는 선택을 하는 인간은 모순 덩어리이며, 좌지우지 하는 건 다름아닌 감정이라고 말한다.

감정을 흔들어 놓는 건 ‘할인’일 수 도 있고, ‘누가 이걸 샀다더라’는 소문일 수도 있다. 또 ‘한번 손에 들어온 것’에 대한 일종의 애착일 수도 있다.

할인에 따라 흔들리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메이시백화점과 JC페니의 ‘정직한 가격정책’이 실패한 경우다.

지난 2006~7년에 걸쳐 메이시 백화점의 경영진은 가격 할인 수단인 쿠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쿠폰 남용 때문에 그들의 브랜드가 싸구려로 인식되는데 따른 조치였다. 이들은 2007년 봄 쿠폰 사용량을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0퍼센트나 줄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매출이 급감하자 경영진은 정책을 제자리로 돌렸다.

JC페니도 쿠폰과 ‘~99달러’로 끝나는 가격체계를 없애고 새 가격을 책정했다가 된통 혼났다. 이들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가격은 결국 이전과 동일하다고 설명했지만 결과는 JC페니의 매출과 주가의 곤두박질로 나타났다. 왜일까.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지불하는게 아니라 할 지라도 할인과 쿠폰이 주는 거짓된 만족감을 원한 것이다. 거래효용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다.

감정은 어리석은 선택을 과감히 감행하도록 이끌기도 하지만 잘만 이용하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바로 넛지가 활약하는 지점이다. 저자가 뉴욕 이타카 인근 소재, 매출 부진에 빠진 작은 스키 리조트 그릭픽을 컨설팅한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힌다. 고객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는 쪽으로 가격을 재조정함으로써 경영정상화를 이룬 것이다.

“경제학 이론이 기반으로 삼은 가정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직면하게 되는 최적화 문제는 종종 해결이 쉽지 않거나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예를 들어 그리 크지 않은 식료품점에 들어설 때, 우리는 가족의 예산 내에서 구매 가능한 수백만 가지의 제품 조합에 직면하게 된다.”(‘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서)

투자와 관련된 ‘만회효과’와 ‘하우스머니 효과’ 실험도 알아두면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된다. ‘하우스머니 효과’란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성향으로, 금융시장, 주택시장의 거품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령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그런 경우. 당시 부동산 투자에 열광했던 이들은 주택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뿐이라는 심리적 쿠션에 기댔다. 그러나 시장이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자 부채 비율이 높았던 투자자들은 주택 자산보다 더 많은 돈을 잃어버렸고 집마저 빼앗겼다.

새 영역을 만들어가는 행동경제학과 전통 경제학자들과의 오랜 싸움도 소설처럼 읽힌다.

평행선을 그리는 둘의 차이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삽화가 있다.

저녁식사를 기다리며 캐슈너트를 먹기 시작했는데 자꾸 손이 간다, 이러다간 저녁식사를 망칠 수 있다. 잠시 고민 끝에 접시를 치워버린다.

이콘(호모 이코노미쿠스) : 왜 그릇을 치워버렸죠?

인간 : 그만 먹으려고요

이콘 : 그냥 안 먹으면 되지 왜 굳이 그릇을 치워버렸나요? 그만 먹고 싶을 때 그만 먹으면 되잖아요?

인간 : 눈에 보이면 먹게 될까봐 그렇죠.

이콘 : 그렇다면 당신은 캐슈너트를 더 이상 먹고 싶어하는 게 아닌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릇을 치운 건 어리석은 선택이었어요.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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