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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식이 뭐예요”…‘응8’로 본 안질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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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내장 수술 1주일 입원에서 당일 퇴원
- 망막질환, OCT 개발과 항체치료 도입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장안의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영향으로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복고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의학 분야에서도 이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안과 분야도 마찬가지다. 1988년에 비해 몰라볼 정도로 크게 발전한 안과 분야의 현재 모습을 1988년도와 비교해 본다. 


시력교정수술 도입…백내장 수술 1주일 입원에서 당일 퇴원=각막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시력교정수술의 도입이다. 국내 시력교정수술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1년. 시력교정수술이 모든 근시, 난시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경을 쓰던 사람이 콘택트렌즈가 아닌 수술적 방법으로 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된 것은 안과 분야에서는 혁명적인 변화다.

백내장 수술도 장족의 발전을 했다. 80년대에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기 위해 낭외적출술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후 초음파유화술이 도입되면서 1주일 정도 입원하던 것이 3~4일로 줄어들었다. 

초음파유화술 초창기에는 약 6㎜ 정도 절개했는데, 인공수정체가 경성에서 접어서 넣을 수 있는 연성으로 바뀌면서 절개부위가 3㎜ 정도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소절개로 2.8~2.2㎜까지 줄어들어 회복이 빨라졌고 수술 후 당일 퇴원도 가능해졌다.

백내장 수술 건수도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990년도 백내장 수술 건수는 2만5785건으로 국내 전체 수술 질환 중 11위를 차지했다. 2014년에는 36만6689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노년 인구 증가와 함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김용란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원장은 “1980년대 후반과 비교하면 시력교정수술이 도입되고 백내장 수술 시 당일 퇴원이 가능해지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의학의 발전, 안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제고와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많아지는 등의 바람직한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123RF]

80년대 ‘안구건조증’ 개념도 없었다=요즘 젊은 층을 괴롭히는 안질환의 상당수는 이른바 안구건조증이다. 88년 당시에는 안구건조증이라는 개념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치료법은 물론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인공눈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질환으로 여기지 않았던 안구건조증이 지금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안질환으로 떠올랐다.

망막질환은 무조건 실명하는 무서운 병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 변화가 있었다. 80년대에 비해 망막 분야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우선 진단에서 OCT(빛간섭 망막단층촬영)가 도입이다.

신체의 다른 부위는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조직학적 정밀검사를 할 수 있지만, 눈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OCT가 도입되면서광학적인 방법으로 조직학적 검사가 가능해졌다.

80년대까지는 연구실용 수준에 머물던 OCT가 1990년대 임상에 본격 도입됐고, 당뇨황반부종, 황반원공, 망막전막 등 망막질환의 진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치료에 있어서는 수술기구의 발전과 항체주사치료의 개발을 꼽을 수 있다. 망막질환 치료를 위한 대표적인 수술인 유리체절제술을 할 때 사용하는 수술바늘이 20G(gauge, 숫자가 높을수록 가늘어짐)에서 25G를 거쳐 27G가 일반화됐다.

바늘의 굵기가 얇아지면서 수술 시 환자의 고통이 크게 줄어들었고, 수술 받은 뒤 입원기간도 1주일에서 1박2일 혹은 당일수술-당일퇴원으로 짧아졌다.

이 기간에 또 크게 달라진 것이 항체치료의 도입이다. 김종우 김안과병원 망막병원장은 “2000년대 들어 분자유전자 분야의 발달에 힘입어 항체주사치료가 도입됨으로써 난치병으로 꼽히던 황반망막부종, 황반변성, 신생혈관성 망막질환 등의 치료 예후가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말기 녹내장 환자 줄고 초기 녹내장 환자 많아져=녹내장은 초기와 중기에는 환자가 자각할 만한 증상이 없고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어 후기나 말기가 돼야 비로소 안과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시야가 좁아지고 어두워질 만큼 시신경이 손상된 상태이다.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살아나지 않으므로 녹내장으로 실명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

80년대에는 대다수의 환자가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야 병원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 녹내장에 대한 지식이 널리 보급되고 관심이 높아졌다. 중장년층은 건강검진으로, 젊은층은 시력교정수술 전 검사 등으로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80년대에는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으로 진단하거나 안압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녹내장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시신경 구조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각종 검사기기가 보급되면서 안압에만 의존하던 진단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치료에 있어서도 80년대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안압강하제 약물종류가 적어서 수술로 안압을 떨어뜨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양한 약물 개발로 수술해야 할 환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수 파장의 레이저 개발도 녹내장 치료법의 발달 중 하나로 특기할 만하다.

안병헌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80년대에는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안압을 낮추기 위한 치료를 했으나 근래에는 환자마다 녹내장 진행 위험도 등을 고려해 약물치료, 레이저 치료 등의 개별적 맞춤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내시경, 보톡스, 필러 등으로 흉터 없이 자연스럽게=80년대 후반에는 눈물길폐쇄가 되면 눈과 코 사이 피부를 절개해 코 안에 눈물길을 만드는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종종 얼굴에 흉터가 남기도 해 수술을 받기가 꺼려졌다.

이제는 코 내시경의 발달로 코 안에서 수술을 하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수술시간이나 회복기간도 전보다 짧아졌다.

외상이나 안질환으로 눈을 제거하면 인공안와충전물을 삽입해야 한다. 이때 적절하지 않은 인공안와충전물이 삽입되면 눈두덩이 움푹하게 꺼지게 된다. 과거에는 수술을 통해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진피와 지방을 채취해 이식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의 조직과 유사한 물질로 만들어진 필러를 이용해 꺼진 곳을 교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안과영역에서 보톡스는 사시 교정, 안검경련 환자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됐다. 안검경련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눈 주변의 주름이 없어진다는 것을 발견해 얼굴주름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80년대에는 누구도 몰랐지만 이제는 얼굴 주름교정을 위해 보톡스가 사용된다는 것은 전국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신경안과 분야에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시신경질환들도 이제는 유전자검사가 가능해져 레버유전시신경병증 등 유전시신경병증의 진단이 가능해졌다. 또 안구진탕은 눈떨림의 정확한 형태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디오를 이용한 안구진탕의 측정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져 진단ㆍ치료가 가능해졌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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