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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금년은 병신년(丙申年), 원숭이의 해다. 원숭이는 지혜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모성애로 잘 알려져 있다.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지극한 모성을 의미하는 ‘단장’(斷腸) 고사도 원숭이에서 유래됐다.

모성을 상징하는 원숭이의 해에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원숭이보다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살인사건, 울산 입양 딸 학대살인사건, 인천 11세 소녀 감금학대사건, 부천 친부 아동학대 및 시신훼손사건 등 가정 내 아동학대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5세 여아를 상습폭행한 생모의 친권을 박탈한 재판부의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가? 새삼스레 부모의 자격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 자격이다. 생물학적 자격은 혈액형과 DNA 등 유전적 요소들을 물려주면서 생긴다. 따라서 하등동물도 생물학적 자격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자격이 있다고 해서 부모의 자격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출산 후 아이를 버리는 부모들은 생물학적 자격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완전한 부모라고 보기 어렵다.

두 번째는 법률적 자격이다. 아이가 출생하면 부모는 출생신고를 통해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맺는다.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더라도 입양을 통해 법률적 자격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설정한다고 해서 부모의 자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입양 후 파양되는 경우도 있고 정서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보장도 없다.

세 번째는 사회적 자격이다. 사회적 자격은 양육과정에서 사회가 기대하는 통상적인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부모가 누리는 자격이다. 생물학적 친자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부모 자식 간에 건전한 정서적 관계가 형성되면 사회적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반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친부모는 양육권을 박탈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생물학적, 법률적 부모이면서 양육의무까지 충실히 수행하는 사회적 부모가 가장 완전한 부모의 모습이다. 그러나 사회적 부모가 되긴 쉽지 않다. 자식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훈계를 할 수 밖에 없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야단을 치고 혼낼 수도 있다. 예전에는 회초리를 들고 자식을 훈육한 부모가 있었지만 심각한 신체손상을 유발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에 보도되고 있는 문제부모의 행태는 훈육의 선을 넘었다.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주먹질, 발길질, 매질을 가하는 행위는 훈육이 아닌 명백한 폭력으로서,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초래할 뿐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명심보감은 인간이 지켜야할 도덕적 규범을 삼강오륜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며 서로 친근감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부모 자식 관계는 부자불친(父子不親)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아동은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세대다. 이들이 부모세대로부터 고통과 압박을 겪으면서 성장한다면 이들이 성인이 되어 과연 어떠한 인물이 될지 우리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가정의 일에 사회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가정폭력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어떤 경우에도 아동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 진심을 전달하는 수단은 매질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다. 훈육은 몸으로 배우는 학습행위다. 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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