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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 막 오른 ‘바오류’ 시대 시름 커지는 국내기업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바오류(6%대 성장률 유지)’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국내 산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 철강, 섬유 등 ‘중간재 기업’은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대(對)중국 수출 규모가 줄었고, TV, 가전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소비재 기업’은 중국의 내수감소로 세계 곳곳에서 저가 중국제품과 직접 경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에서 밀린 국내 기업은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혁신제품을 내놓는 등 ‘바오류’시대 대응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석유ㆍ섬유 등 중간재, ‘차이나 인사이드’에 ‘울상’=최근 중국은 소재나 부품산업을 육성해 중간재 수입을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소위 ‘차이나 인사이드’를 강화하고 있다. 중간재가 중국 수출의 73% 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에게는 큰 위협이다. 지난 2000년 64.4%에 이르던 중국의 중간재 수입비중은 2010년 들어 52.1%, 지난 해에는 49.8%까지 떨어졌다. 15년간 14.6%포인트의 수입대체가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석유제품 수출은 2012년 약 100억 달러에서 2014년 70억 달러로 감소했고,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도 이 기간에 206억 달러에서 2014년 166억 달러로 약 19.4% 가량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4년도에 전자응용기기, 합성수지, 기초유분, 기구부품 등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대중국 수출증가율 역시 전년동기 대비 약 3.8% 감소했으며, 석유제품과 전자응용기기의 증가율 감소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그간 중국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중간재 교역의 성과 때문이었다. 2014년 기준 국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2위인 미국 시장의 2배가 넘는다. 때문에 이같은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감소는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초기에는 원단이나 단추 등 부분품을 국내 기업에서 수입해 의류를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중국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좋아졌다”며 “중간재는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샤오미, 하이얼...삼성ㆍLG 텃밭도 ‘중국굴기’= 중국 내수 소비가 줄면서 중국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 역시 국내 기업에는 큰 위협이다. 중국 기업은 그간 내수산업을 육성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자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는 곧 국내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중국제품과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업종이 전자 및 가전이다. 최근 중국의하이얼은 미국의 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고가ㆍ고품질’ 전략으로 전환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이얼은 중국시장 판매량 덕분에 백색가전 업계1위를 차지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삼성, LG 등에 밀려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GE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저가 품질경쟁’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5위권의 TV업체 하이센스 역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북미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한 층 향상되면서 국내기업의 시장영향력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이미 보조배터리 등 소형가전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간 기술격차는 2012년 1.9년에서 2014년 1.4년으로 바짝 좁혀졌다.

베트남, 인도로...‘신흥ㆍ혁신시장’ 개척해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의 전방위 위협에 대해 ‘기술혁신’과 ‘신흥시장 발굴’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우선 위안화 평가절하 등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제품과 중국제품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만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개발과 품질력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범용제품의 수출보다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입을 줄이고자 하지만 여전히 한ㆍ중간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교역품목이 있는만큼 이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수출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격차가 날로 좁혀지고 있는만큼 신흥시장 개척도 중요하다. 지난 5년간 중국의 평균임금이 35.1%가량 상승하면서 중국투자의 이점도 많이 사라진 상태인만큼 삼성, LG등 주요 기업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개척해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그간 대한민국 수출의 성장비결이던 한ㆍ중간 가공무역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중간재 위주 수출구조를 소비재ㆍ자본재 등 최종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신흥시장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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