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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적자, 덮어두고 질타만 할 일인가
최근 감사원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에대해 재정 운영과 사업ㆍ계약, 조직ㆍ인사관리 분야에서 14건의 지적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메트로는 2014년 1조 1148억원의 영업수익을 냈으나 임직원 급여 등으로 1조 2690억원을 사용하면서 1542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했다. 또 서울도시철도 역시 64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임금 등의 비용으로 9235억원을 사용해 276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도외시한 감사결과로 보이다. 시민의 복리증진에 설립 근거를 둔 지하철 운영기관은 수익보다는 공익을 목적으로 한 사업을 위주로 추진하고 있으며, 주 수입원인 요금도 서울시와 시의회 등을 거쳐 하는 등 제약이 많아 지하철 운영기관의 적자 원인을 무조건 방만 경영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직원 급여의 경우에도 정부 지침에 맞춰서 설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항상 민간 대비 낮은 임금인상률을 유지해 왔다. 또 IMF 등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임금을 먼저 동결하고 복지혜택도 축소하는 등 고통분담에 앞장서 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적자 공기업 성과급 파티’라든가 이번 같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기업 직원들의 사기를 얼마나 떨어뜨리는 지 알아야 한다.

서울의 지하철 운영사들은 ‘시민의 복리증진’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는 공기업으로, 수익과 관계없는 각종 공공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 유공자들을 모두 무임수송하고 있으며 버스 환승 운임할인, 심야시간대 연장 운행, 조조운임 할인 등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지하철을 운영하는 코레일의 경우 무임수동 비용을 일부나마 정부에서 지원 받는다. 그러나 양공사는 정부나 서울시로 부터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적자를 낼수 밖에 없다. 무임승차를 운영사가 결정한 것도 아니다. 정부 또는 국회에서 결정하고 힘없는 운영사에 모든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따라서 해마다 등장하는 지하철 적자의 원인이 직원 퍼주기식 관행과 방만 경영 탓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또 서울지하철이 생긴지 40년이나 됐다. 이에따른 노후 전동차 교체나 시설 개선 등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지난 2013년 12월에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 부채감축 및 경영효율화 방안’에서도 전국 7개 도시철도 기관의 부채 발생 원인을 노후시설 개선, 스크린 도어 등 안전시설 신규 설치, 낮은 요금 적정화율 및 복지무임승차손실로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적정한 요금인상과 복지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및 자치단체의 지원이 없을 경우 운영부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기준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368원인데, 1인당 평균운임은 829원으로 원가의 약 60%밖에 미치지 못한다. 운영을 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다른 공공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81~93.6%인 반면 지하철요금은 61.9%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공기업은 자체적으로 급여 수준을 결정할 수 없다. 서울지하철 양 공사는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라 임금인상률이 결정된다. 만의 하나 흑자가 났다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마음대로 분배할 수 없는 구조로, 적자의 원인에 직원의 고액 임금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처럼 과다한 임금을 지급할 경우 정부에서 바로 제재에 나선다. 인상률 위반 금액만큼 다음해 인건비 예산 편성시 감액해야 하며, 성과급을 결정하는 경영평가에서도 3년간 감점을 받는다. 임원과 CEO는 이듬해 연봉이 동결되고 성과급도 받을 수 없으며, 직원도 최하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 공기업의 성과급이 기존에 일괄 지급하던 수당의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것을 감안하면, 직원 개인에게도 큰 손해다.

부정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기업을 질타해 시민들의 관심을 키워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위는 이제 삼가해야 한다. 그래야 공기업 종사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에만 매진할 수 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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