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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도 인기도 하락…겨울 대표 과일 ‘감귤의 눈물’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겨울 대표 과일로 자부했던 감귤이 올해 유독 체면이 말이 아니다. 값도 폭락한데다 인기도 예전같지 않아 과일전에서 이리 저리 채이는 신세다. 감귤 주산지인 제주도에서도 감귤 농사 접자는 움직임이 나온다니 할 말 다했다.

올 겨울 감귤 값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해 12월 서울 가락시장의 감귤 도매가는 특등급 5㎏ 상자 기준으로 1만532원이었다. 전년 가격 1만1578원에 비하면 10% 상당, 2013년 같은 달 도매가 1만3732원에 비하면 30% 떨어진 수준이다.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매출은 오르지 않고 있다. 이마트에서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지난 11일까지 60일 동안의 감귤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 떨어졌다. 과일 매출 중 감귤류가 차지하는 비중도 21%에서 20%로 소폭 줄었다.

제철 맞은 감귤이 이렇게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초기 수확이 원활하지 않고, 당도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다른 과일로 눈을 많이 돌렸기 때문이다.

제주도 귤 수확 적기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다. 지난해에는 이 기간 중 절반 수준인 17일 동안 비가 내리는 바람에 감귤 당도가 많이 떨어졌고, 현지에서 제 때 수확을 하지도 못했다. 이 때 일부 시장에 풀린 비상품 감귤은 오히려 감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1월 들어서면서 좋은 날이 이어져 상품성을 갖춘 감귤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 번 눈 돌린 소비자들이 찾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귤 대체제가 많이 생겼다는 점도 귤의 인기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는 장희나 육보 등 병충해에 강하고 당도도 높은 품종이 일찍부터 쏟아지면서 ‘겨울 딸기’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딸기는 이마트에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4.8% 증가하면서 과일 매출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이 6.6% 신장한 바나나나 21.2%나 매출이 오른 키위 등 수입과일이 다양해진 것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도 올해 수입과일 비중이 전체 과일 중 54%나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다. 올 겨울에도 칠레산 블루베리나 FTA 호재를 맞은 뉴질랜드산 키위 등이 겨울 과일 시장을 다양하게 채워주고 있다.

그나마 감귤류가 체면 치레를 하고 있는 것도 일반 감귤이 아닌 ‘감귤 사촌’들 덕분이다. 이마트에서 일반 감귤 판매는 사실상 10%나 줄었다. 레드향(44.9% 신장)과 한라봉(80% 신장) 등의 만감류가 매출을 끌어올린 덕에 그나마 감소 폭을 줄였던 것이다.

홈플러스에서도 지난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만감류 매출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황금향이 962.1%, 카라향이 289.3%, 레드향이 192.1% 신장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 감귤류 중 만감류의 비중도 2014년 18.5%에서 올해는 25%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귤 주산지인 제주도는 죽을 맛이다. 한 때 제주도에서는 감귤 농사만 지으면 자녀들 대학은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감귤 나무를 ‘대학 나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귤값이 생산 비용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노지감귤 10㎏ 생산 비용은 자가노동비 및 자본용역비(3846원), 비료나 농약 등 중간 투입 비용(3212원), 유통비용(4626원) 등 1만1684원인데, 감귤 도매시장에서의 경락 가격은 이에 못 미치는 8900원이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 가격 정상화를 위해 생산량 조절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2년 이후 13년만에 감귤 산지 폐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농민들도 이에 적극 지원해 사업 계획량의 1.9배 이상의 신청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호 이마트 과일 팀장은 “겨울을 대표하던 국산 과일인 감귤이 예년만한 인기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 지고, 시설재배나 수입과일이 대중화되면서 딸기나 키위, 바나나 등 대체 과일로 소비가 분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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