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얼푸드] 우리는 동지팥죽…일본은 동지 단호박
단호박 저장성 좋아…식량난 에도시대부터 풍습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우리나라가 먹을 게 그리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고구마로 끼니를 때웠다면, 일본에선 단단한 녹색의 동그란 풍채를 지닌 단호박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했다.

일본이 동지(冬至)에 단호박 요리를 먹는 것도 헐벗고 굶주린 시절에서 생겨난 풍습이다.

격랑의 에도시대 초기에 일본 백성들은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려야 했다.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는 굶주림으로 아사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당근과 연근 등 여름채소를 먹으며 운을 기렸다. 여름채소는 음양이론에 따라 양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 대운을 가져온다고 여겨졌다.

문제는 동지 때까지 신선하게 보관된 채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때,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단호박을 먹게 되면서 동지에 단호박을 먹는 관습이 생겨났다. 동지에 단호박을 먹는 습관은 에도시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널리 확산됐다.


일반적으로 호박을 생각하면 미국 할로윈의 황색 호박을 떠올린다. 하지만 일본의 호박은 녹색이다.

일본 호박이 16세기 포르투갈에 의해 중앙아메리카 원산인 단호박을 제일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단호박은 남미의 고원 지대 원산으로 일본에는 에도 막부 말기(19세기)에서부터 홋카이도(北海道)를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팥죽에 삶은 단호박을 넣은 ‘단호박 팥죽’을 먹기도 한다. 중국 풍습의 영향을 받아 액막이용으로 팥죽을 쒀 먹었는데, 호박을 넣은 팥죽은 ‘운기를 올리고 재앙은 날려버리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 일본 가정식에서 단호박이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삶은 단호박에서 단호박 무침, 단호박 샐러드까지 각종 단호박 요리가 일본 식탁 위에 올려진다.

단호박은 일본 여성들이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웰빙 식습관이 발달한 일본 ‘갸루족’ 사이에서는 한 때 ‘단호박 스프’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단호박은 삶을 경우, 100g 당 39㎉로, 대표적인 저열량 고영양 식품이다. 때문에 하루 한 끼 대용으로 먹기 좋다. 한국에서는 가수 아이유가 단호박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호박은 영양도 풍부하다. 단호박에는 비타민이 풍부하며 카로틴을 포함한 비타민 A 효력이 뛰어나다. 또한 칼슘 ㆍ 철분도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단호박은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감기ㆍ암ㆍ야맹증 등 각종 질병 예방에 탁월하다. 중국에서는 고혈압과 동맥 경화를 예방하기 위해 단호박을 섭취했다.

은은한 단 맛 덕분에 단호박은 디저트 단골 재료이기도 하다. 단호박 몽블랑에서부터 단호박라떼까지 각종 디저트 제품이 일본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