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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으랏차차, 日‘맛챠’
맷돌로 빻아 만든 가루녹차, 부드러우면서 쌉쌀
美 녹차수입시장 65% 점유
초콜릿·튀김·샐러드로 진화‘세계인의 맛’으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가정 집에 가면 가장 먼저 내오는 것이 차(茶)다. 일본이 손님에게 차를 내오는 것은 기본 예의이자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존중의 표시이기도 하다.

제 140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겐이치의 소설 ‘센 리큐’에는 다도를 둘러싼 한 사람의 일대기와 다도가 사무라이의 고급 음료로 부상하게 된 이유가 잘 나온다. 센 리큐는 당시 널리 보급됐지만, 귀중한 약으로 사용됐던 ‘맛챠(抹茶ㆍ말차<가루녹차>)’를 다도에 적용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감수성을 지켜라’는 센 리큐의 다도원칙에 걸맞게 맛챠는 부드러우면서도 떫은 맛과 향으로 일본 열도를 점령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인의 입을 사로잡는 고급 음료로 떠오르고 있다.



“귀족들이 마시는 차”…사무라이의 차 ‘맛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맛챠는 녹차 잎을 3~5㎜로 절단해 차엽맥을 제거한 뒤 특별히 제조한 맷돌에 넣어 곱게 빻아 뜨거운 물어 우려마시는 차다.

녹차 중에서도 교토(京都)의 우지(宇治)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지챠’는 최고급 맛챠로 꼽힌다. 우지챠는 다도의 대가 센 리큐가 고급화한 차이기도 하다.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는 특히 녹차를 좋아해 센 리큐를 다도계 대부격인 다두(茶頭)로 고용했다. 그는 오다를 위해 독자적인 녹차 재배 및 출현 방법을 개발했고, 우지차에 ‘귀족들만이 마시는 차’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센 리큐는 이후에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다도 자문 역할을 하며 다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차로 승(昇)한 인생은 차로 파멸을 맞는다.

센 리큐는 자신의 목상을 안치했다가 도요토미의 눈 밖에 벗어나 할복자살을 명받았다. 당시 도요토미가 제시한 죄목은 △생전에 다이도쿠지(大德寺)의 산문인 긴모가쿠(金毛閣)에 자신의 목상을 세운 점 △차와 다기의 감정에 있어 부정을 저지른 점 등이다.

그의 죽음은 일본 다도계를 흔든 희대 사건이었다. 당시 막부세력은 센 리큐에게 다도를 배워 다도 전통을 독점적으로 누리기를 원했다. 도요토미가 할복자살을 명령했을 때 3000여 명의 사무라이 무리를 파견해 다이묘들의 반란을 제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센 리큐의 죽음과 함께 녹차의 가치는 더 뛰어올랐다. 센 리큐의 제자들은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센리큐의 다양한 다도 문화를 형성했으며, 센 리큐의 자손들은 ‘삼센케’라 불리며 3 파벌로 이뤄진 다도 문화를 형성했다. 삼센케는 지금도 일본 다도의 주류로 평가된다.

녹차의 인기는 고급 항아리를 확보하기 위한 혈투를 초래하기도 했다. 센 리큐는 조선 막사발을 최고의 다기로 격찬했는데, 당시 도자기 기술이 없었던 일본은 임진왜란을 빌미로 조선 다기를 훔쳐가고 조선 도공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



맛챠 초콜릿ㆍ맛챠 튀김부터 맛챠 두부 샐러드까지…세계인의 입을 사로잡다

정치적 격랑 속에서 일본 세력가들을 빛내준 차는 오늘날 대중적인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東京) 쥬오(中央)구의 일본 차 전문점 ‘오챠라까(おちゃらか)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본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을 정도다.

녹차가 ‘MATCHA’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하겐다즈 재팬이 내놓은 달달하면서도 쌉쌀한 맛챠 아이스크림은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후 맛챠라떼에서부터 맛챠빼빼로, 맛챠 도리야끼 등등 맛챠와 다양한 디저트를 접목시킨 상품이 출시됐다. 맛챠가 전통적인 음료에서 대중적인 후식으로 거듭나게 된 동력은 무엇일까. 일본 대학생 아야카(綾香) 씨는 “달달하면서도 쌉쌀한 매력” 때문이라고 한다. 달달한 간식에 녹차의 살짝 쓰지만 감칠맛 나는 맛챠를 더하니 달면서도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맛챠를 더한 디저트 요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일본 편의점과 맥도날드 등 각종 체인점은 ‘맛챠 초콜릿’에서부터 ‘맛챠 맥플러리’까지 맛챠 디저트 상품을 기간 한정 판매 식품으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도쿄에는 맛챠 감자 샐러드, 맛챠 튀김, 맛챠 두부 샐러드 등 맛챠를 가정식에 접목시킨 레스토랑까지 등장했다.

맛챠는 최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녹차라떼, 녹차 아이스크림 등 1990년대 일본을 휩쓴 맛챠 상품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 뉴욕에 최초의 녹차 전문 카페가 개점했다.

맛챠 음료 인기도 심상치 않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맛챠 음료업체의 미국 매상은 연간 25억 엔(약 250억 원)을 웃돈다. 일본 전국 차(茶) 생산 연합회에 따르면 2014년 일본 생산량은 8만5000톤으로, 미국 녹차수입시장 점유율 65%(3099만 3754달러)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에서 스타벅스ㆍ맥도날드의 값싼 인스턴트 커피보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나 건강에 좋은 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본은 녹차 수출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녹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0.67%에 불과하다.

기름진 음식에 녹차가루를 뿌려 먹는 이유는?

녹차는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차와 일부 버섯품종에만 들어있는 테아닌 성분은 녹차에 많이 함유돼 있다.

테아닌은 뇌신경세포를 보호해 기억력을 높이고 긴장을 완화해준다. 녹차에는 커피와 같이 카페인이 들어 있는데 커피와 달리 흥분되지 않고 안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양학자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녹차를 권하기도 한다.

녹차에는 카테킨이라는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게 들어있어 우리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 녹차의 카테킨은 비타민 C보다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 카테킨은 암을 억제하고 세포노화를 막을뿐만 아니라 지방연소를 촉진시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녹차가루를 다량 뿌려먹으면 지방이 쌓이지 않는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외에도 녹차에는 입 속 세균을 죽여주는 폴리페놀, 지혈 및 질병 예방에 좋은 탄닌산이 다량 함유돼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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