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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최덕규] 쌀값 하락, 농협은 창의적 소비확대 노력을
2015년 수확기 쌀값은 80kg기준 15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9.1% 떨어졌다. 충남 서천군에서 2만 4000평의 벼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가는 쌀값이 폭락한 탓에 600가마를 수확했지만 2014년보다 1200만원이나 줄어든 7500만원의 수입에 그쳤다고 한다.

쌀값하락은 쌀이 남아도는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kg이던 것이 2014년 65.1kg으로 매년 2kg씩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수입 농축산물과 쌀 이외 식품을 많이 먹는 식생활 탓이다. 재고 과다나 풍흉에 관계없이 연간 소비량의 10%나 되는 41만t에 달하는 의무 수입물량과 최근 3년 연속 풍작도 쌀값 하락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쌀 재고량은 2014년 87만 톤에서 2015년 11월 현재 163만t으로 크게 늘었다.

쌀은 우리민족의 생명과 혼이며 문화이다. 전체농가 중 쌀 생산농가 비중은 60%이상이고 농업 총수입중 20%를 쌀에서 얻는다. 또한 쌀은 생산 활동으로 홍수조절 및 수자원 함양, 대기정화, 경관유지 등 약 10조원에 달하는 다원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연간 쌀 생산액 8조원보다 2조원이 많다.

최근 농식품부는 3년 후 쌀 수급균형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논에 타 작물 재배 확대, 사료용 쌀, 쌀 이용 술 산업 등 신소비처 발굴, 가공용·복지용 쌀 판매가격 인하 등을 통해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논 농업의 쌀 단작 탈피, 사료이용으로 축산물 생산, 술 원료 활용 등 수요가 증가하는 부문에서 쌀 이용 확대 도모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쉬운 점은 당장의 쌀값하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농가의 최대 관심사는 쌀값회복이다. 농업인을 주인으로 섬기는 농협으로서는 쌀값 하락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데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 소비촉진 운동, 밀가루 대체 등 구태의연한 처방보다는 농업인의 생명선으로서 농협은 절박한 심정으로 창의적인 소비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면, 중앙회 책임 하에 일정 양을 즉시 시장에서 격리하고, 직접 술을 빚는 것이다. 술 만들기는 많은 쌀이 필요하다. 그래서 쌀이 부족하던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금주령을 내렸다. 청주 750ml 한 병을 만들려면 쌀 2kg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술은 쌀을 이용한 6차 산업화로 늘어난 부가가치만큼 농가소득이 높아진다. 신토불이주, 도농상생주 등으로 스토리를 붙여서 정부ㆍ기업ㆍ농협 3자가 함께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는 수입개방을 선택한 농정책임자로서, 기업은 쌀 시장개방으로 인한 무역이득 수혜자로서, 농협은 농업인 권익대변자로서 쌀값 하락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에서 ‘삼배통대도(三盃通大道)’라고 노래했다. ‘석잔 술이면 큰 도에 통한다’는 뜻이다. 정부ㆍ기업ㆍ농협이 함께 잔을 들어 농업을 지켜내는 ‘삼배보농(三杯保農)’이면 농업은 민족경제의 보루로서 든든한 자리를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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