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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재계 총수 신년사 ‘코드’ 분석…‘긴장과 비장’의 동어반복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위기와 생존.’

한국 기업의 종신(終身)적 화두다. 긴장감과 비장함이 공존한다. 창사 이래 위기가 아닌 적 없고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는 올해도 변함없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즉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이는 재계 총수들의 2016년 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에 등장한 주요 단어의 빈도를 분석하고, 이를 ‘워드클라우드(Word-cloud·등장 빈도가 높은 단어를 크게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법을 통해 시각화했다.

그 결과,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는 업황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내용은 균질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직시하고 위기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강력한 처방전인 셈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변화를 주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신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개척정신’은 감지되지 않는다. 세계가 인정하는 ‘패스트팔로워(추격자) DNA’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선진국으로 눈을 돌리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새해 포부로 “뿌리 다지기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흔들리지 않는 축’으로 경기상황에 동요하지 않고 ‘나이테 경영(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라)’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개인적인 목표로 ‘인공지능(AI) 로봇 집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벤처정신이 두드러지는 정보기술(IT) 분야인데다 지극히 사적인 포부이긴 하지만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 IT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AI분야를 집안으로 들여오겠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화두는 ‘위기극복’=재계 총수 9명의 올해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러지게 등장한 단어는 ‘경제’, ‘위기’, ‘경쟁력’, ‘미래’ 등의 단어였다.

중국발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기록적인 저유가와 예측불허의 4월 총선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각 기업 총수들이 이같은 단어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1위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룹차원의 시무식을 생략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만큼 거창한 신년회보다 주요 계열사들과 간담회를 통해 ‘내실 경영’을 다지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도가 담겼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신년사는 두가지 버전이 나와 눈길을 끈다. 그룹 홍보팀이 사전에 기자들에 배포한 신년사와 이와는 별도로 정몽구 회장이 시무식에서 즉흥적으로 밝힌 신년사가 그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전배포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이 두가지 버전에는 몇가지 차이점이 감지된다. 사전 배포용 신년사에는 ‘브랜드’라는 단어가 3회로 가장 많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출범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강조했다. 아울러 공장(3회)과 중국(2회) 등을 언급하며 생산과 판매에 주목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이 직접 밝힌 신년사에서는 ‘품질’ 관련 단어가 10차례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 회장은 고장(6회), 성능(3회), 품질(2회)뿐 아니라 ‘하자, 클레임(불만)’이라는 관련 단어도 각각 1회씩 언급했다. 그룹의 명운이 달린 제네시스 고급차 브랜드일수록, 대내외 위기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품질경영’에 힘을 쏟으라는 정 회장의 의중이 드러난다.

정몽구 회장의 신년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직원들에 자신감을 고취시킨 점이다. 총 66개 명사를 언급한 신년사에서 정 회장은 자부심(2회) 장점(3회) 가치(4회)를 주요 단어로 사용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렇게 짧은 기간에 800만대를 판매한다는 것은 미국이나 해외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역사적으로 50~70년 돼야 가능한 일이다. 현대의 수준이 높다. 자부심 가져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해법은 ‘정신무장’=신년사에서 가장 많은 단어를 사용한 총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주요 단어 종류는 총 125가지로 재계 총수 9명 가운데 가장 많았다.

김 회장은 경쟁력(6회), 핵심(5회)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특히 31가지 단어가 두 차례 이상 등장했으며, ‘역량’(3회), ‘일류’(3회), ‘위기’(2회) 등이 자주 나왔다. 김 회장은 “작은 구멍 하나에 거대한 배도 침몰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올해 세계경제는 불안이 가중되며 어렵고 힘들다. 모두 긴장감을 높이고 환율, 금리, 유가와 같은 대외변동성을 예의주시고하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지난 연말 이혼의사 표명으로 곤혹을 치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내용이 짧은 데다가 재계 총수 중에서 가장 적은 주요 단어(총 40가지)를 사용했다. 최 회장이 두 차례 이상 언급한 핵심 단어는 모두 5가지로 ‘경제’, ‘국가’, ‘사회’를 각각 2번씩 사용했다. 소송과 수감상태로 3년 만에 그룹 총수로서 신년회를 주재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는 경영환경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사용한 주요 단어 종류는 총 61가지로 최 회장 다음으로 적었다. ‘사업’이 5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방식’, ‘시장’이 각각 4번 언급됐다. 상품과 성장, 가능도 2회씩 등장했다. 구 회장은 “전자, 화학 등 주력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혁신기업들은 전과 다른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안일하게 대처하면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다른 총수들에 비해 비교적 많은 총 110가지의 단어를 사용했다.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해를 그룹 재건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운 박 회장은 ‘그룹’(8회), ‘정신’(4회), ‘창업’(3회)을 자주 언급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신년사에 등장한 주요 단어 종류는 총 80가지였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8회)와 ‘기업’(4회)이었다. 지난해 말 불거진 희망퇴직 논란을 염두한 듯 ‘청년’ ‘책임’이라는 단어도 2차례씩 언급했다. 

신년사에서 총 73가지의 주요 단어를 사용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9번이나 언급한 단어는 ‘경제’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역을맡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성장’(6회), ‘위기’(3회) 등의 단어도 등장 빈도가 높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총 89가지의 주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중에서 두번 이상 중복 사용된 단어는 27개였다. 특히 ‘사업’(8회), ‘위기’(3회), ‘성과’(3회), ‘턴어라운드’(2회) 등이 자주 등장한 단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년사에는 총 95가지의 단어가 등장했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 단어를 7번이나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경영’(5회), ‘경제’(5회), ‘우리(4회)’ 빈도도 높았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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