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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년이나 지난 지금… 왜 셰익스피어인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대가들의 서거 몇 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나 미술 전시는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의례적이고 때론 식상하기까지 하다. “또 그거야?”라는 푸념이 먼저 나온다.

2016년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다. 올해 공연계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이 쏟아질 예정이다. 

연극 ‘겨울이야기’ 한 장면.

먼저 국립극단이 ‘겨울이야기(연출 로버트 알폴디)’로 스타트를 끊는다. 1월 10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다. 4월에는 중국국가화극원의 ‘리처드 3세(연출 왕시아오잉)’ 내한 공연 무대를 열고, 12월 명동예술극장에서 ‘십이야(연출 임형택)’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서울시극단도 ‘템페스트’, ‘헨리4세’, ‘함익’ 등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중심으로 올해 정기 공연 라인업을 꾸렸다.

오페라, 발레 공연도 이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 멕베드,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밤의 꿈 등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왜 셰익스피어일까. 단순히 ‘00’으로 떨어지는 서거 400주기 때문이라면 명분이 빈약하다.

5일 서계동 국립극단 스튜디오 둘에서 만난 ‘겨울이야기’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는 “셰익스피어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고 말했다. 

로버트 알폴디 연출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소설가이자 극작가, 극장주이자 연출가였던 셰익스피어는 단순히 고고한 차원의 예술성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극장의 ‘대중적인 성공’을 매우 중요시했다. 사고로 팔다리가 잘리는 장면이나 시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소의 피를 묻혀 분장했을 정도였다고.

관객이 없는 극장은 살아남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셰익스피어야 말로 대중화에 가장 적합한 예술가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도 대중적일까. 어렵거나 지루한 건 아닐까. ‘취향 까다로운’ 오늘날 관객들과도 통할까.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왼쪽)과 로버트 알폴디 연출가.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셰익스피어는 영원한 현재적 작가”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셰익스피어는 2016년 지금 뿐만 아니라 언제나 동시대적 작가”라며 “현대 연극에서 예측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셰익스피어는 이미 그 시대에 작품 속에 실현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원초적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작품 속에 녹아 있고, 등장 인물들의 성격을 분명하게 살아있게 만드는 능력은 다른 작가들도 추종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대적인 연극 형식에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 작품은 앞으로도 영원히 관객과 통할만한 콘텐츠라는 얘기다.

헝가리 연출가 알폴디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한국 무대에 올리는 ‘겨울이야기’는 어떤 색깔일까.

알폴디는 헝가리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2008-2013)으로 재직하며 인기없는 극장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무대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받고 있다. 햄릿, 베니스의 상인 등 셰익스피어 작품 15편을 무대에 올렸고, 고전을 현대화하는 방식으로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김 감독은 알폴디에 대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이고 개방적인 연극을 만드는 연출가“라며 “우리의 예측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미학을 구사해 왠만해선 자극하기 어려운 현대 관객들을 훌륭하게 도발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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