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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 관세인하 외면?…‘임팔라’이유있는 배짱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자동차 분야의 관세가 1월 1일자로 완전히 철폐됐지만, 미국 차 브랜드들은 관세분(4%) 만큼의 가격 인하엔 무관심한 분위기다.

미국서 생산돼 수입되는 자동차 관세는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와 함께 8%에서 4%로 인하됐고, 올해 1월 1일자로 관세가 ‘0(제로)’로 완전 철폐됐다. 포드, GM 등과 같은 미국 브랜드뿐 아니라 미국 생산분을 들여와 파는 일본이나 독일 브랜드들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철폐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지한 브랜드는 거의 없다. 그나마 FCA 코리아가 지난 4일 지프 차량에 최대 120만원의 가격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관세 인하분인 4%에는 못미친다.

대부분 미국 브랜드들은 가격 인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해당 업체 입장에선 굳이 가격을 내려 수익성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GM에서 판매하지만 본사인 미국 GM에서 전량 수입해 들여오고 있는 중대형 세단 ‘임팔라’<사진>는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임팔라는 출시 당시 한미 FTA로 인한 가격 효과까지 고려해 공격적으로 책정된 가격으로, 별도의 가격 인하는 없을 예정“이라며 ‘인하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유로는 “현재 임팔라의 가격이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갖췄고 뜨거운 시장 반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임팔라가 충분히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임팔라는 지난 8월 출시 후 물량이 부족해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지난 8월 이후 5개월간 6913대가 팔렸고, 그중 12월에만 2699대가 판매됐다. 12월 실적 기준 한국GM에서 스파크 다음으로 많이 팔린 차로, 경차인 스파크 보다 수익성 측면에선 덩어리가 크다.

미국 브랜드 중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포드 역시 한미 FTA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포드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차들의 경우 이미 한미 FTA 관세 철폐분을 반영한 가격으로 선(先)책정 됐다”고 해명했다. 올해 초 관세 철폐를 감안해 지난해부터 가격을 내려 팔아왔다는 얘기다. 캐딜락 역시 가격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캐딜락 관계자는 “올해 2월 출시되는 신차의 사양이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높다. 사양이 좋아지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은 관세 철폐분이 당연히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팔라의 구매를 고려중인 40대 초반의 한 직장인은 “새해가 되면 관세 완전 철폐로 가격이 낮아질걸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며 “당연히 관세 철폐분 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임팔라의 경우 가격대가 3363만원~4136만원으로, 관세가 빠지면 1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론상으로는 한미 FTA로 관세가 철폐되고 이후엔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기업들이 소비자들 모르게 수익으로 챙겨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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