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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의 뮤지컬 ‘그 OST’ 왜 음원으로 못 듣나요
창작 15주년‘베르테르’기념음원 발매
뮤지컬앨범 희귀탓 순식간 품절사태
해외 라이선스공연은 저작권이 걸림돌
작곡자·배우등 전체동의 제작 어려움
국내 창작물은 수요층 얇아 기피하기도



언제부터였나. 멜론, 벅스 등 음원 사이트에서 뮤지컬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가 싹 사라졌다.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노트르담드파리’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해외 라이선스 공연들의 한국어 음원은 물론 ‘베르테르(젊은 베르테르의슬픔)’ 같은 국내 창작 뮤지컬 음원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조승우의 ‘지금 이순간(지킬앤하이드)’도, 윤형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노트르담드파리)’도 현재 공식 음원사이트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특히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초연 당시와, 2006년 두 번 OST 앨범이 제작된 바 있지만 이후 앨범은 물론, 온라인 사이트에서 음원도 사라진 상태다.

앞서 언급한 뮤지컬 4편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다시 듣고 싶은 ‘주옥같은 넘버’로 꼽힌다. 초연 이후 10여년 간 꾸준히 재연되고 있고, 불과 지난해까지도 국내 무대에서 공연됐다.

팬들의 갈증은 깊어만 갔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말 뮤지컬 ‘베르테르’의 OST ‘대란’이 일어났다. 뮤지컬 베르테르 제작사인 CJ E&M이 24일 베르테르 15주년을 맞이해 OST를 출시했는데, 발매 직후부터 구매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저작권 등의 문제로 인기 뮤지컬 OST를 음원으로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사진은 뮤지컬 ‘베르테르’의 규현과 이지혜가 ‘다만 지나치지 않게’를 부르는 모습. [사진제공=CJ E&M]

베르테르 OST는 2002년, 2003년 ‘젊은베르테르의슬픔’ OST 이후 12년만에 출시된 앨범이다. 조승우, 엄기준, 규현을 비롯해 전 배우가 참여한 스튜디오 녹음 버전이다. 총 3개 CD로 구성된 베르테르 OST에는 11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주요 넘버들과 함께 가사집과 공연 실황 사진이 수록됐다. 가격은 3만원대.

뮤지컬 마니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 내에서는 베르테르 OST 관련 항의 글이 폭주했다. ‘광클’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살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베르테르 OST는 발매 직후 품절 사태에 이어 일시적 구매 제한 사태가 벌어졌다.

초판 물량이 순식간에 품절되자 CJ E&M 측은 4000장 추가 물량 발행에 들어갔다. 1월 8일 입고 예정이며 발매는 그 이후가 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뮤지컬 OST 앨범이나 음원을 구하기 힘든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도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작곡자는 물론, 편곡, 오케스트라, 배우까지 관련자 모두의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 OST 제작이 가능하다. 원캐스팅이 많은 브로드웨이 같은 경우 대부분의 공연이 OST를 내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더블, 혹은 트리플 캐스팅이 많아 배우들의 녹음 일정을 조율하는 것부터 저작권 계약을 맺는 부분까지 매우 복잡하다.

게다가 프로덕션 상황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베르테르는 그나마 나은 경우에 속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라 저작권 문제가 조금 덜 복잡한 데다, 다른 뮤지컬 같은 경우 프로덕션 측에서 녹음실을 빌리고 관련 스태프를 따로 고용해야 하지만, 베르테르 제작사인 CJ E&M은 이러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OST 앨범 제작이 조금 더 유리하다. 

지난해 말 발매된 베르테르 OST

뮤지컬 OST에 대한 국내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다.

CJ E&M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뮤지컬 음반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돼 있다”면서 “수익 목적보다는 15주년을 기념한 관객 보답 의미로 OST 앨범을 제작했다. 수익을 내려면 더 많이 찍어서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만큼 뮤지컬 OST에 대한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존에 제작된 음원은 왜 막은 걸까. 이 역시 저작권과 관련이 있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매 공연마다 계약 사항이 다르다.

지킬앤하이드(작곡 프랭크 와일드혼) 같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은 해외 원곡 작곡자 등과의 계약은 물론 유니버설, 소니 등 메이저 음반사와의 계약 사항이 걸려 있다.

지킬앤하이드를 10년 넘게 라이선스 공연해 온 오디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음반사와의 판매 계약이 종료된 데다, 재연될 때마다 배우 캐스팅이 달라지기 때문에, 과거 버전의 음원을 풀었을 경우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극장 관객이 줄어들까봐 OST를 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일부 극성팬(?)들의 항의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OST를 낸다고 관객들이 극장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성 팬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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