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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그만둘 것…진실은 밝혀진다” 직원들에 편지(전문)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명훈 감독은 29일 서울시향을 떠나겠다는 의사와 배경이 담긴 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정 감독은 편지에서 “저는 이제 서울시향에서 10년의 음악감독을 마치고 여러분을 떠나면서 이런 편지를 쓰게 되니 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출 길이 없다”며 “제가 여러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제게 음악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인간애이며,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명훈 감독은 특히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직원 성희롱·막말 논란 가운데 불거진 자신과 관련 직원들에 대한 각종 시비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 단원 여러분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그 업적은 전세계에서 찬사를 받아온 업적”이라며 “이것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 거짓과 부패는 추문을 초래하지만 인간의 고귀함과 진실은 종국에는 승리할 것이다.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하루 전인 28일 정명훈 예술감독의 재계약 체결안 의결을 보류했다.

이달 말 계약기간이 끝나는 정 예술감독이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예술감독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서울시향과 서울시는 정 감독과의 재계약을 위해 설득과 협의를 지속했다.

이에따라 이날 이사회에 정 감독이 임기 3년의 예술감독직을 맡는 내용의 ‘예술감독 추천 및 재계약 체결(안)’이 상정돼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 문제가 마침내 결론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사진 10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1시까지 4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년 1월 중순 이사회를 열어 재논의하기로 했다. 핵심 쟁점은 계약기간이었다. 정 예술감독은 그동안 통상 3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왔으나 이날 일부 이사진은 이 같은 계약기간이 다소 길다는 의견을 내놨다.

게다가 이사회 하루 전날 정 감독의 부인 구모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마저 나빠졌다.

한편 서울시와 시향은 이른 시일 내 정 감독과 접촉해 진의를 확인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다음은 정명훈 예술감독이 직원들에 보낸 편지 전문>

서울시향 멤버들에게

저는 이제 서울시향에서 10년의 음악감독을 마치고 여러분을 떠나면서 이런 편지를 쓰게 되니 참으로 슬픈 감정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저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늘 세 가지로 답변을 하지요.

첫째는 ‘인간’이요, 둘째로는 ‘음악가’, 셋째로는 ‘한국인’이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저의 이러한 대답에 다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왜 ‘음악가’라는 대답이 ‘한국인’이라는 대답보다 먼저 나오냐고 말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바로 음악의 순수한 위대함 때문이라고요.

오랜 시간을 거쳐오면서 음악은 세상의 많은 것을 뛰어넘어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매개체로 발전해 왔습니다. 국가와 종교, 이념과 사상을 넘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유일한 힘을 음악이 가졌다는 신념은 50년이 넘는 음악인생 동안 한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 음악보다 더 높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유일하게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기꺼이 음악을 통해 사람을 돕고 그로 인해 인간애가 풍부한 세상을 만들어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유니세프를 통한 아동들을 돕는 것이든 아니면 우리의 서울시향의 경우처럼 전임대표에 의해 인간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한 존재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 17명의 직원들을 돕는 것이든 말입니다. 지금 발생하고 있고, 발생했던 일들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훨씬 넘은 박해였는데 아마도 그것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허용될 수 있는 한국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는데 이제 세상은 그 사람들이 개혁을 주도한 전임 사장을 내쫓기 위해 날조한 이야기라고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고, 서울시향 사무실은 습격을 받았고 이 피해자들이 수백 시간 동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왔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수 년 동안 제 보좌역이자 공연기획팀 직원인 사람은 그녀의 첫 아기를 출산한 후 몇 주도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3주라는 짧은 시간에 70시간이 넘는 조사를 차가운 경찰서 의자에 앉아 받은 후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제가 여태껏 살아왔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저는 절대적으로 믿습니다.

저는 서울시향 단원 여러분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 업적은 전세계에서 찬사를 받아온 업적입니다.

이 업적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거짓과 부패는 추문을 초래하지만 인간의 고귀함과 진실은 종국에는 승리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유감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앞에서 얘기 했다시피 음악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인간애입니다.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여러분과 함께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평안을 빕니다.

지휘자 정명훈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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