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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한국인의 ‘소울(soul)’ 가득…맛있는 밥 한 공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스스로에게 직접 ‘특별밥상’을 차려주기로 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물 받고서는 무심하게 넣어 뒀던 쌀을 뜯고 나니 ‘대충스러운’ 성격이 밥 짓는 과정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났다.

적당히 스테인리스볼에 쌀을 부은 후 쌀이 잠길 정도로 대강 물을 넣었다. 쌀을 조물조물 씻는 동안 뿌옇게 흐려진 물을 몇 번 따라내고 다시 붓기를 반복하니 투명한 물 사이로 하얀 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 나의 임무는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큰 마음 먹고 사뒀던 전기밥솥이 알아서 다 할 테다.

약간 번거롭긴 하다. 그래도 고생스럽지는 않다. 밥을 해먹는 일이 대단한 것인 냥 멀리해 왔지만 막상 간단하게나마 차려진 쌀밥에 반찬 몇 가지인 밥상을 마주한 기분이 꽤 좋다.

인스턴트, 간편식 투성이인 일상이 다행히 좀 더 ‘인간다워진’ 느낌이랄까. 밥상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일이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럼에도 따뜻한 밥 한공기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대충 지은 밥이라도 맛은 꽤 괜찮다.

찬 바람이 부는 요즘이면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괜히 간절해 진다. 나홀로족과 맞벌이 부부들이 늘면서 ‘밥’이 일상에서 귀해졌다. 그럼에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내야 뭘 좀 제대로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귀해서 흰쌀밥을 먹지 못했던 옛날에도, 나라 곳간에 쌀이 ‘남아 돈다’는 요즘도 밥은 한국인의 ‘소울(soul) 푸드’다.
 
 
[사진출처=123RF]

맛 있는 ‘쌀’의 조건 = 밥 맛이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예외가 있다면 물 조절 실패로 밥이 좀 되거나 질어졌을 때 느끼는 차이 정도였다.

커피는 쓴 맛에 먹었던 시간을 지나 사람들은 좋은 원두, 맛있는 커피를 찾는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밥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오랜 식습관 덕에 맛있는 밥을 감별하는 혀는 가졌지만, 맛있는 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결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 집밥 열풍이 불면서 밥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제 사람들은 좋은 쌀, 맛있는 밥을 찾아 나선다.

초밥 입문자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미스터초밥왕에서 주인공 쇼타가 최고의 초밥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밥’을 찾아 나선다. 어떤 환경에서 자란 쌀을 쓰느냐, 어떤 물을 쓰냐, 어떻게 밥을 짓느냐에 따라 밥 맛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든다. 낯간지러운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밥의 조건에 대한 포인트는 확실하다. 쌀과 물, 그리고 밥을 짓는 방법은 밥 맛을 결정 짓는 핵심이다.

좋은 쌀은 도정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맛있는 밥을 위한 좋은 쌀은 ‘온전한 쌀’인 것이 좋다. 쌀이 많이 부서져 있거나 금이 가 있으면 밥을 짓는 과정에서 전분과 냄새가 흘러나와 모양이 흐트러지고 질척해지기 쉽다. 또한 쌀알이 투명하지 않고 흰점이 많은 쌀은 정상적인 쌀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낮고 딱딱해지기 쉽다.

쌀알이 균일한 지 여부도 중요하다. 쌀알이 균일하다는 것은 곧 쌀이 좋은 재배, 등숙 조건을 거쳤다는 걸 의미한다. 쌀알이 균일하면 밥을 하는 과정에서 쌀알들 간에 수분 흡수가 균일하게 일어나 맛 좋은 밥이 될 수 있다.

쌀의 수분함량은 14~16%일 때 맛이 가장 좋다. 도정한 지 15일이 지나면 수분 함량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도정 후 15일 이내의 쌀을 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우리 쌀은 도정 후 시중에 유통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분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된다.

[사진출처=123RF]

그 중 으뜸은 가마솥밥? = 국내 전기밥솥의 가구당 보급률은 94%에 달한다. 좋은 쌀을 골랐다면 이제는 잘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으면 끝이다. 밥 맛에 관해서 만큼은 까다롭기 그지 없는 우리의 입맛 덕에 시중에 있는 전기밥솥의 성능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밥에 대한 추억들이 수렴하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가마솥밥’이 아닐까 싶다.

각종 미식 프로그램과 언론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밥 집’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역시 가마솥이다.

가마솥에 지은 밥은 유독 윤기가 돌고 찰지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있으면서도 목넘김이 좋다. 가마솥에 지은 밥 맛이 좋은 이유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가마솥 밥이 좋은 밥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솥뚜껑의 무게, 그리고 바닥의 두께를 꼽는다. 가마솥은 온도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 높은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데다 내부압력이 높다. 가마솥을 가열하면 솥 안에 공기가 팽창되고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내부 압력을 올린다. 압력이 높아지면 물의 끓는 점이 올라가 밥이 100도 이상에서 지어져 낮은 온도에서 잘 익게 된다. 압력이 낮은 산에서 지은 밥이 된 밥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맛있는 밥을 위해서 가마솥까지 들여야 하냐는 고민은 접어둬도 좋다. 앞서 말했듯 시중의 전기밥솥, 압력밥솥들은 ‘좋은 밥 맛’을 내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의 결과물이다. 가마솥밥의 원리를 그대로 구현해 맛있는 밥을 위한 도구로 손색없다. 다만, 가끔은 ‘진짜’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을 때, 가마솥밥을 찾으러 나서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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