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코트’의 본래 이름은 ‘더플 코트(Duffle coat)’다. 더플 코트는 두툼한 양모 직물 소재에 후드가 달린 캐주얼 코트다. 특히 단추 대신 토글(작은 통나무 모양 단추)과 프로그(끈으로 된 여밈 장식)로 앞섶을 여미도록 돼 있는 게 특징이다. 바로 이 토글이 떡볶이를 닮았다 해서 ‘떡볶이 코트’란 저렴한(?) 이름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사실 더플 코트는 기능성 의상으로 출발했다. 더플 코트는 본래 북유럽 어부들의 방한용 코트로 어업용 장갑을 낀 채로 쉽고 빠르게 단추를 채우고 풀 수 있도록 토글을 고안해 단 데서 유래했다. 제2차 세계대전때는 영국 해군이 방한복으로 사용했으며 1970년대는 세련된 미국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대표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90년대를 주름 잡은 더플 코트의 귀환=귀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프레피 룩을 완성하는 아이템으로 1990년대 더플 코트의 인기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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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폴의 ‘복고 라인’으로 출시된 더플 코트(왼쪽)와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서 덕선(혜리)이 선보인 믹스엑스믹스의 더플 코트. [사진제공=빈볼, 유끼커뮤니케이션] |
멋 내지 않은 듯 멋스러운, 성실하고 바른 ‘교회 오빠’의 이미지가 바로 더플 코트의 상징이었다. 당시 더플 코트는 교복과 한 세트라고 할 만큼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패션의 흐름은 돌고 도는 법. 이제 더플 코트는 학창시절이 그리운 20대 후반과 30대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됐다. 또 패딩에 질린 20대 초반에게는 새로운 트렌드로서 각광받는 아이템이 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도 복고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극중 덕선(혜리)은 박시한 실루엣에 귀여운 토글 단추가 돋보이는 더플 코트 등 매회 감각적 복고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팬이라면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뒀던 더플 코트를 한번쯤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빈폴은 지난 11월 더플 코트를 비롯해 데님 재킷팬츠, 체크 스웨트 셔츠, 야구점퍼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고 라인’에 선보인 바 있다. 빈폴 관계자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더플 코트”라며 “80년대 당시에도 출시 한달 만에 리오더가 들어가는 등 없어서 못판 히트작이었는데 최근에 출시된 복고 라인의 더플 코트 역시 생산량 대비 판매 비율이 80%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빈폴 디자인실장은 “예전의 디자인과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기 보다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련된 복고를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더플 코트와 체크셔츠, 치노팬츠 등으로 매칭하고 당시 유행했던 오륜기, 호돌이 등을 포인트로 활용하면 재미있게 스타일링 할 수 있다”고 했다.
▶넉넉한 오버핏 코트도 인기=복고 트렌드의 영향으로 더플 코트 외에도 전반적으로 넉넉한 핏의 오버사이즈 코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몸매의 단점을 가려주면서 다양한 레이어드가 가능하다. 컬러는 솔리드 컬러로 블랙, 그레이, 네이비가 강세를 보이며, 은은한 파스텔톤 코트가 포인트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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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앳코너의 원버튼 코트(왼쪽부터),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루즈핏 코트(왼쪽부터), 질스튜어트 뉴욕의 울 더블버튼 롱코트. [사진제공=LF] |
LF 관계자는 “길어진 길이와 루즈한 핏이 이번 겨울 코트 트렌드의 핵심”이라며 “루즈핏 코트의 트렌드를 반영해 여성복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는 전년 대비 루즈핏 코트의 스타일 수를 60% 가량 늘렸다”고 설명했다.
나효진 LF 숙녀 CD(creative director)는 “이전에는 오버사이즈 어깨라인이 남성성이나 파워 우먼을 상징하는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에는 오버사이즈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세련된 멋스러움을 드러내는 스타일의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kih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