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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놀이, 꼭 봐야 한다고 전해라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무대 한 가운데 고사(告祀) 상이 차려졌다. 공연은 시작도 안했는데 사물놀이 패가 흥을 돋운다. 관객들이 너도나도 무대 중앙으로 나가 돼지머리에 돈을 바치고 큰 절을 한다. 어라, 이번엔 엿을 판다. 관객들은 또 한번 기꺼이 지갑을 연다. 엿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마당놀이가 부활했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극단 미추가 30년간 이끌어왔던 마당놀이가 영 사라지는가 싶더니 지난해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이 새롭게 명맥을 이어놨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공연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마당놀이 부활 소식에 마당놀이 3인방인 윤문식, 김종엽, 김성녀를 볼 수 있을까 팬들의 기대가 높았지만, 국립극장 버전 마당놀이에서는 아쉽게도 이들을 무대에서 볼 순 없다. 이른바 ‘세대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신 마당놀이 1세대는 무대 뒤 주인공이 됐다. 극본 배삼식, 연출 손진책(극단미추 대표), 안무 국수호로 원조 제작진이 의기투합했고, 연희감독을 김성녀 씨가 맡아 ‘정통’ 마당놀이 연기를 전수했다.

국립극장은 2014년 ‘심청이 온다’에 이어 2015년 ‘춘향이 온다’로 마당놀이 두번째 시리즈를 선보였다. 춘향 역에는 민은경, 황애리가, 몽룡은 이광복, 김준수가 맡았다. 향단은 서정금, 방자는 정준태, 변학도는 김학용, 월매는 나윤영까지, 국립창극단 배우들을 포함한 실력파 소리꾼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배우 28명의 차진 소리와 연기, 무용수 18명의 화려한 춤사위, 연주자 26명의 신명나는 음악은 여느 뮤지컬 못지 않은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준다.

마당놀이 기본 시스템은 그대로다. 흥겨운 길놀이와 고사, 엿사먹기는 물론, 동시대 사회 이슈를 날카로운 풍자와 질펀한 유머로 녹여내는 방식도 예전과 똑같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무대 위에 가설 객석을 설치해 참여형 공연을 만들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공연’으로써 마당놀이는 더욱 세련돼졌다. 대형 극장 안으로 들어온 마당놀이는 조명, 음향시설 조건 등이 개선돼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

객석은 무대 위에 꾸며졌다. 관객이 사방에 둘어앉아 보는 마당놀이의 원래 형태를 가져가기 위해 무대 위 삼면에 가설 객석을 설치해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일반 객석에서도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인터미션 없이 2시간 넘게 이어지지만 관객 몰입도가 높다. 대부분 중장년층 어르신들이다. 연말 부모님 선물로 이만한 공연 또 없다.

내년 레퍼토리는 ‘홍길동전’이 될 예정이다. ‘춘향이 온다’ 극 말미에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홍길동이 등장해 국립극장 마당놀이 세번째 시리즈를 예고해준다.

‘춘향이 온다’ 공연은 2016년 2월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계속되며, 관람료는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이다. (문의 : 02-2280-4114~6)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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