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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문화 결산 문학출판]신경숙 표절사태, 도서정가제 그리고 자기 위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올 한해 문학 출판계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에 따른 시장의 변화와 사은품 논란, 신경숙 표절 사태와 그에 따른 문학권력 논쟁 및 후폭풍 등 사회적인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독자들은 경기침체와 불안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신경숙 표절 사태=소설가 이응준이 지난 6월 신경숙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일부를 표절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진 ‘신경숙 표절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학권력으로 지목된 출판사 창비와 문학동네의 수장과 편집인들이 물러났지만 출판사와 작가, 비평가, 계간지와 등단제도가 서로 주고 받기식으로 폐쇄적 권력을 만들어낸 구조가 해체될지는 미지수다. 표절 사태는 초기에 창비가 대수롭지 않게 표절을 전면 부인했듯이 시작은 단순해보였다. 그러나 ‘신경숙 표절론’이 한 평론가에 의해 이미 10년전에 제기됐음에도 이를 창비가 무시한 사실이 밝혀지고 창비가 여론과 동떨어진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여기에 신경숙 작가의 모호한 입장 표명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 90년대 이후 신씨의 작품을 주로 출판해 급성장한 창비와 문학동네를 향한 문단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급기야 문학동네의 강태형 사장의 퇴진, 계간지 창비의 백낙청 발행인의 사퇴로 이어지는 문학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권력해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폐쇄적인 문단의 등단제도를 벗어나려는 다양한 시도와 웹소설의 폭발적 증가, 출판형태의 다각화 등 문단의 권위가 약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소설이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한국소설의 위기론과 맞물려 ‘신경숙 사태’는 이후 문단 변화의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서정가제=도서 할인을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는 1년이 지난 현재 연착륙한 모습이다. 신간도서의 가격이 6.2 % 떨어지고 동네 중형서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시장을 문란시킨 과도한 할인이 사라지고 신간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정상화된 것은 성과라 할 만하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공세에 밀려 몰락하던 출판생태계의 저변을 이루는 동네서점들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도서정가제가 쏘아올린 희망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동네서점들의 경영상태는 현상유지 내지 미미하나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수수료 부담 없이 15%까지 카드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씨문화융성카드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동네서점들의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도 적지않다. 신간 발행종수는 전년대비 7.4%감소해 출판시장의 위축을 보여주고 있다. 도서 할인폭은 줄었으나 출판사의 공급률은 여전해 온라인 서점만 배를 불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제휴카드를 통한 편법 할인, 대형출판사의 홈쇼핑 판매 등 도서정가제 위반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와 함께 공공재로서의 책의 가치에 대한 합의가 더욱 확고히 뿌리내려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읽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가구당 도서구입비는 연속 감소 추세다. 도서관과 서점이 지역독서공동체의 중심이 돼 책을 통한 지식공유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자기 위로= 올 한해 42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미움받을 용기’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주눅들고 좌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열등감을 넘어서는 심리치유의 길을 제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기록한 39주 1위 기록을 넘어서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됐다.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 과거의 상처에 좌우되지 않고 나를 지키고 성장하는 아들러 심리학 열풍은 자기위로 사회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했다.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 북 역시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색칠하기로 풀어내는 셀프 힐링 도서로 주목을 받았다. 컬러링 북은 필사책, 다이어리북 등으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혼자 즐기는 문화현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하루관리’ ‘하루 세줄, 마음정리법’ ‘5년후 나에게 Q&A a day’ 등의 책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제불안과 침체속에서 생존모드로 돌입한 개인들을 위한 책들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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