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Re-start, 관광입국] 관광으론 없는 게 없는 곳, 터키 안탈리아
“터키의 수도는?” “2013년 기준 터키에서 외국인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는?”

이 두 물음의 답은 모두 이스탄불이 아니다. 터키의 수도는 인구 4백만의 제2의 도시 앙카라이고, 외국인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도시는 바로 지난 11월 15~16일, 이틀간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안탈리아이다.

안탈리아는 터키 남부 지중해와 접해있는 도시로 인구는 100만 명, 터키에서 그렇게 큰 도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이 되면 상주 인구의 2배가 넘는 관광객들이 이 도시로 몰려온다. 2013년에 1112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해 이스탄불(1048만 명)보다 많았다.

칼레이치 항구, 안탈리아 관광의 출발점이다.


안탈리아를 유럽 최고의 관광도시로 부상시킨 원동력은 연중 300일 이상 태양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백사장과 역동적인 해양스포츠, 그리고 다양한 테마의 리조트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안탈리아는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 휴양지쯤으로만 인식된, 여전히 낯선 곳이다.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등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주요 관광지와 동선이 맞지 않기도 하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한국인 단체관광 상품에서 안탈리아는 빠져있다.

그러나 안탈리아는 결코 단순한 여름 휴양도시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터키 정부가 올해 G20 정상회의의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을 리가 없다. 안탈리아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관광의 모든 것이 집약된 ‘종합관광도시’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안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외국인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게 일이라서 그런지 어딜 가면 항상 두 눈 부릅뜨고 관광지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데, 안탈리아에서는 부러움의 연속이었다. 

김석일 한국관광공사 과장 이스탄불지사


터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증한 20곳의 청정해변에서 다양한 해양관광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봄·가을에는 심지어 인근 타우르스 산악 지대에서 스키를 타다가 해변으로 내려와 해수욕을 즐기는 일도 가능하다. 또한 역사문화관광 자원도 손색이 없다. 곳곳에 로마, 오스만제국 시대의 유적들이 자리 잡고 있고, 안탈리아 고고학박물관은 터키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시내에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아스펜도스에는 광대한 로마시대 유적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원형극장은 보존 상태가 좋아 매년 9월에는 국제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우리나라의 국립오페라단도 올해 처음으로 초청을 받아 공연을 갖기도 했단다.

관광에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안탈리아는 식도락관광으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안탈리아에서 관광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산업이 농업이므로, 관광지 치고는 음식 물가도 저렴한 편이다. 한식당은 아직 없지만 전 세계에서 모이는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레스토랑의 종류도 매우 다양한 편이다.

시내를 어느 정도 둘러보고 회의가 개최되는 호텔로 향했다. 곳곳에 2016년에 있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MICE (Meeting/기업회의, Incentive/보상관광, Convention/국제회의, Exhibition & Event/박람회 등 이벤트) 산업은 흔히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불리는데, 안탈리아에서는 G20 정상회의와 같은 대형 이벤트에서부터 작은 규모의 기업 연수회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올해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MICE업계 최대 박람회인 ‘Ace of MICE’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안탈리아에서 개최된 MICE 행사 수가 터키 전체의 25%를 차지하여 23%의 이스탄불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장에 도착해 행사 담당자인 뮤랏 오즈 씨를 만났다. 여느 터키 중년 아저씨들과 마찬가지로 고향 안탈리아에 대한 자랑으로 시작한다. 이미 다 파악한 내용이라 고개를 그저 끄덕이다가 순간 반발심이 들어 질문을 하나 던져봤다.

“겨울 비수기에는 좀 썰렁하지요?”

그러나 이 질문은 결국 자랑거리 하나를 더 듣는 구실이 됐다. 오즈 씨는 스포츠도 안탈리아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며 더욱 신나게 설명을 시작했다.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관광비수기 관리 문제일텐데, 안탈리아는 전지훈련 유치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겨울의 안탈리아는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고 기온도 다소 쌀쌀한 편이지만, 저렴한 숙박료만 내면 식사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세계 각지의 축구팀들이 겨울철 전지훈련차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아예 축구 전지훈련 전용인 리조트들도 여러 곳이 성업중이고, 최근에는 한국의 프로축구 K리그 팀들도 유럽 팀들과의 연습경기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이곳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골프도 마찬가지다. 지중해의 풍광과 온화한 날씨 속에서 벌이는 라운딩은 이곳만의 매력이며, 2012년부터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터키항공오픈 골프대회도 그 위상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뮤랏 씨와의 대화 말미에 얼마 전 한국의 관광공사 본사가 지방도시 원주로 이전했다고 하자 만약 터키에도 관광공사가 생긴다면 무조건 안탈리아에 있어야 할 것이라며 농담을 던진다. 관광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도시. 터키의 안탈리아는 그래서 부럽다.

< 김석일 한국관광공사 과장 이스탄불지사 >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