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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이트 가문의 딸, 정신분석이론과 예술의 접점을 이루다
-제인 맥아담 프로이트 국내 첫 개인전
-2016년 5월 8일까지 우양미술관


[헤럴드경제(경주)=김아미 기자] 영국의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제인 맥아담 프로이트(Jane McAdam Freudㆍ57)는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증손녀이자, 영국 구상회화의 거장 루시안 프로이트의 딸이다.

제인에겐 배다른 형제가 13명이 있다. 루시안은 첫번째 부인에게 10명의 자녀를, 결혼하지 않은 두번째 부인에게서 4명의 자녀를 뒀다.

제인은 수년전까지만 해도 프로이트라는 성(姓)을 쓰지 않았다. 제인이 여덟살이 되던 해 아버지 루시안이 가족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 성장했던 23년. 제인은 서른 한 살이 되던 해 비로소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루시안이 죽기 6개월 전이었다. 제인이 프로이트라는 성을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내겐 치유의 시간이었어요. 인생에 대한 확신(Confidence)를 갖게 됐고, 그 때 겪었던 심리적 변화들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죠.”

제인에게 아버지와 함께 했던 6개월은 자신의 예술 작업을 변화시킨 계기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고요하게 침잠하듯 아래로 향하던 작업들은 비상하듯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고, 작업 규모도 점점 커졌다.

제인 맥아담 프로이트의 국내 첫 개인전이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열렸다. 점토 조각, 청동 조각, 드로잉, 비디오, 설치작업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의 20여년 작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미 회고전 성격의 전시다. 
Duohead, 석기 점토와 메시 작업. 2010 [사진(경주)=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Stone Speak, 석기 점토. 2010 [사진(경주)=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철망을 이용한 최근 설치작업 전경. [사진(경주)=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작업실에서의 제인 맥아담 프로이드. [사진=우양미술관]

전시 개막 당일이었던 지난 18일, 우양미술관에서 만난 제인은 루시안의 외모를 꼭 빼닮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작업 역시 프로이트 가문의 서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제인의 예술적 사유는 증조부의 정신분석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은 건축가였던 조부(어니스트 프로이트), 화가였던 아버지, 그리고 디자이너였던 어머니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는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의 하나인 ‘자유연상’을 통해 사물이나 대상, 현상에 대한 ‘시적인 조우(Poetic encounter)’의 순간에 집중했다. 본능적 무의식 세계와의 비자발적인 조우의 순간을 조각, 설치 작품 등으로 시각화했다.

특히 제인은 2005년 영국 프로이트미술관에서 20개월동안 레지던시 작업을 하며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그리스 조각상 1000여점을 모을 정도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심취했던 프로이트는 신화를 근간으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이론을 정립하기도 했는데, 제인의 두상, 흉상, 초상 작업 역시 증조부의 이론과 ‘취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가족에게 받은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어요. 그들로부터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웠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물성(物性)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죠. 증조부와 조부, 아버지가 대상을 바라보고 분석했다면, 나는 직접 듣고 만지는 경험적인 방식에서 더 큰 영감을 얻죠.”

2011년 이후부터 제인의 작업에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얹혀진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드로잉하며 삶과 죽음, 에너지의 순환과 같은 주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작업에 있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얇은 철망(Mesh)을 거푸집처럼 엮어 그 안에 인형, 유리컵, 고무장갑, 젖병 같은 일상의 오브제들을 넣은 대형 설치작업들을 선보였다.

천정에 매달아놓은 철망 작업들은 마치 통제받지 않은 무의식의 세계를 펼쳐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구부러지기 쉬운 약한 물성의 철망이 수없이 얽혀 견고하게 오브제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모성처럼 포용적이다. 어쩌면 오랜 시간 아버지를 미워했을지도 모를 작가가 나름의 방식으로 과거와 화해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제인은 현재 유럽과 미국 등을 무대로 정신분석과 예술에 관한 강연, 저작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알버트뮤지엄, 브리티시뮤지엄, 카네기미술관 등 전세계 유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016년 5월 8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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