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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김기병 서울시 과장]골목시장 상권 낱낱히 분석 “창업 걱정마세요”
-서울 ‘빅데이터 시정(市政)’ 이끄는 전문가 - 김기병 서울시 과장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이달 초 서울시는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테두리 내 ‘골목상권’ 1008곳을 선정하고 각 상권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평균 임대료, 유동인구 규모를 비롯해 창업 위험도, 평균 폐업기간, 점포증감률 등 다양한 정보를 총망라했다.

10종 32개 분야의 2000억개 빅데이터가 이 서비스의 밑바탕을 이룬다. 빅데이터 분석을 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서울시의 새 작품이다.

준비 과정을 이끈 김기병(47) 서울시 통계데이터담당관(과장)을 만나 ‘빅데이터 시정(市政)’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과장은 HP에서 13년, LG전자에서 5년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개방직 공무원으로 서울시에 합류한 자타공인 빅데이터 전문가다.

서울시가 예비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권분석’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건 2013년 말. 그러고 나자 ‘그럼 어떻게?’라는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상권분석 서비스는 이미 민간에서도 하고 있고, 공공(중기청)에서도 나온 게 있는데 시가 중복해서 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1년간 방향성을 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창업시장에서의 ‘취약계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만들어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골목상권’을 콘셉트로 잡게 된 계기다.

김 과장은 “기존에 나온 서비스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소위 ‘핫’한 상권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집중했다”며 “서울시는 반대로 이런 상권에 진입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골목상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서울 곳곳의 1008개 골목상권을 추려내고 각 상권별 정보를 정리하는 데에는 공공과 민간부문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가 종합적으로 쓰였다. 서울시가 보유한 교통카드 데이터와 인허가 정보를 비롯해 신한카드ㆍBC카드 등 민간영역이 제공한 매출ㆍ소비데이터, 한국감정원의 임대시세 등이다.

서울시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자체 중 한 곳이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올빼미버스’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현재 늦은 밤 시민의 발이 돼 주는 올빼미버스 8개 노선이 나오게 되기까지는 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건, KT의 심야 통화량 데이터 30억건 등이 바탕이 됐다. 시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노선별, 요일별 유동인구를 분석해 최적의 노선을 짰다.

김 과장은 “올빼미버스 성공사례를 배우겠다고 다른 지자체 담당자들은 물론 다른나라 정부 관계자들도 많이들 찾아온다”며 “이제는 서울시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뭔가 해보겠다고 하면, 민간업체들이 자기들이 축척한 빅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데이터가 뭔가 굉장히 새로운 것으로 얘기되던 단계는 넘었다. 그간 투자에 집중한 민간에선 이제 ‘실적을 가져와라’고 하는 단계”라며 “괜찮은 결과물을 얻는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면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 서울시는 공공분야의 모범사례, 선도사례를 차곡차곡 만들면서 빅데이터 활성화에 기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서 근무한 시간이 더 많은데, 공무원 생활이 옷에는 잘 맞을지 궁금했다.

“서울시라는 광대한 ‘필드’에서 어떤 이슈를 발굴한 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에요. 모두 시민들을 위한 것이잖아요. 민간에선 누군가를 도우려면 자기가 돈 내고 시간 내어야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월급까지 받으니 좋네요.”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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