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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시장 교란 논란 ‘갭 투자’도 주춤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전세시장을 교란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갭(gap) 투자’가 최근 시들해진 분위기다. 연말 들어 시장에 불확실성이 퍼진 결과다. 특히 대구를 거점으로 한 지방 투자자들이 수도권 지역에서 갭 투자에 앞다퉈 나섰으나, 10월 이후엔 잠잠해졌다는 게 공인중개 업계의 전언이다.

갭 투자는 기본적으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들이는 투자 방식이다. 예컨대 매매가는 1억5000만원인데 전세 시세는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있다면, 일부러 전세금을 1억2000만~1억3000만원까지 올려 받아서 실질적으로 매매에 들인 돈은 줄이고 나중에 되팔아 차익을 손에 쥐는 식이다. 

금리 인상,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내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갭(gap) 투자’도 최근 시들해진 분위기다. 특히 수도권 몇몇 지역에서 활개를 치던 지방 투자자들이 종적을 감췄다고 공인중개사들은 전한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소형 아파트 단지들.


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격차가 적은 소형 아파트가 ‘사냥감’이 된다.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전용면적 60㎡ 내외의 소형 아파트가 많으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편인 노원구ㆍ강서구ㆍ성북구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집주인이 갑(甲)’인 상황이 연출되며 갭 투자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가격도 떨어지면서 갭 투자를 위한 여건이 험악해진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B공인 대표는 “올 상반기부터 9월까지 주말마다 지방투자자들이 많이 찾아서 매물을 찾았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 거래가 뚝 끊겼다”며 “2000만원 정도였던 전세와 매매가 갭이 4000만~5000만원으로 벌어지면서 덤비질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중계주공8단지 전용 49㎡ 기준 전세 실거래가는 10월에 1억8500만~1억9500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엔 1억7500만원 밑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8~9월에 전세금이 최고 2억1000만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저가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 기간에 매매 실거래가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전세-매매가 갭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전세가율 80%선을 돌파한 성북구의 사정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자, 뒤늦게 갭 투자 대열에 동참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차익 실현은커녕 본전도 못찾는 경우도 생긴다.

강북구 미아동 J공인 관계자는 “강북구와 성북구 일대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지방 투자자 가운데엔 내년 2월로 잔금 날짜를 정한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며 “최근 들어 전세 시세가 3000만원 넘게 떨어지고 매매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그 사람들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구 만촌동에 사는 강모(41) 씨는 “투자카페 조언을 받아 서울 상계동에 있는 59㎡짜리 주공아파트에 계약금을 낸 상태인데, 1월 말까지 잔금일 전에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년에는 집값도 정체되거나 떨어질 것 같아서 애물단지가 되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더구나 정부가 내년 2월(수도권 기준)부터 본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인 위축도 무시하지 못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대구지부 이사는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활기를 잃어 가격이 떨어지면 전세가격도 깡통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세력들이 더이상 매력을 못 느낀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 매입 현황을 보면, 지난달 서울 바깥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파트 매입한 건수는 전달에 비해 12% 가량 줄었다. 특히 노원구는 10월 286건에서 11월 224건으로 21% 가량 줄었고 강서구와 성북구에서도 각각 30%, 26% 정도 거래량이 감소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갭 투자는 투자금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집값 상승기에 빈번하게 나타나지만 과거만큼 집값 상승 주기가 길지 않고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의 민감도도 높아져서 이런 투자방식이 장기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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