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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ㆍ기아차는 왜 삼성 배터리 안 쓸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현대ㆍ기아차가 하이브리드카에는 LG화학, 순수 전기차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쓰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점점 격화되는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 패권경쟁 속에서 삼성SDI는 유독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만 제대로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

16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내년 초 출시될 현대차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아이오닉과 최근 출시된 기아차 신형 K5 하이브리드에는 모두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거나 탑재됐다. 이번에도 삼성SDI 배터리는 들어가지 못했다.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기아차 신형 K5 하이브리드


현대ㆍ기아차는 아직까지 자사의 친환경차에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최근 제네시스 EQ900 출시 현장에서 만난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들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이 LG화학 배터리를 비중있게 사용하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7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리서치가 발간한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보고서에 따르면 12개 분야에 걸쳐 평가한 결과 LG화학은 8개 업체 중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3위였다.

지금까지의 수주전을 봐도 LG화학이 삼성SDI에 앞선다. LG화학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상위 20곳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를 포함 13곳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삼성SDI는 이에 조금 못 미친다.

삼성SDI가 현대ㆍ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발을 못들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판매된 친환경차는 2만5075대다. 이 중 현대차가 1만7747대, 기아차가 6324대를 판매해 현대ㆍ기아차가 전체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판매한 친환경차의 95%가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되는 하이브리드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제작 방식이 이 같은 결과의 요인으로 본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를 알루미늄 필름 형태의 파우치 안에 넣는 반면 삼성SDI는 캔에 넣는 방식을 주로 도입하고 있다. 파우치형은 가격경쟁력이 높고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형태로 변경이 가능하다. 캔형은 내구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향후 자동차 배터리는 파우치형이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5 배터리 재팬’에서도 일본 시장조사업체 B3의 히데오 타케시타 회장이 “현재 캔형을 주로 사용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파우치 형태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파우치형 자동차 배터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세계 1위 친환경차 시장에 오를 것으로 점쳐져 현대ㆍ기아차와 LG화학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중국 자동차 빅3 기업과 모두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현대ㆍ기아차 또한 LG화학과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의 반전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 연구개발비로 LG화학을 처음 앞지른 삼성SDI가 현재 리튬ㆍ이온 중심에서 신소재 개발에 성공할 경우 전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남성 삼성 SDI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배터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배터리 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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