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슈퍼카 vs 일반차 옵션선택 어디까지 해봤니?
-3억대 페라리 내외장 색상조합만 4만3000개…아반떼는 12개
-가상주문시스템으로 조합 한눈에…추가비용 2억원 ‘훌쩍’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페라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객의 취향에 따라 맞춤제작이 가능하다는 것.

일반 대중차가 엔진 종류와 내외장 색상, 기타 소수의 옵션을 선택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실제로 ‘국민차’ 아반떼의 경우, 파워트레인 등급(16개)과 외장색상(10개) 및 내장색상(1~2개)을 선택한 후 옵션 3종류를 정하면 차량구매조건이 완료된다. 아반떼 최고사양을 적용하면 견적은 2606만원이 나온다.

페라리 청담 전시장

그렇다면 이보다 10배 이상 비싼 최소 3억원대 슈퍼카의 주문방식은 어떨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국내 유일 전시장인 서울 청담 전시장을 찾았다.

▶세부옵션 조합하면 4000조 개 이상=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안쪽에 작은 방이 눈에 띈다. 바로 ‘컨피규레이터룸(Configurator Room)’이다. 컨피규레이터룸이란 가상주문시스템이 갖춰진 공간으로 원하는 사양을 골라 모니터에 실제로 구현해 볼 수 있다. 차량 실내외를 360도로 돌려볼 수 있고 천정에서 바닥까지 세부사양 모두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방의 벽면에는 가죽소재와 좌석 모양, 휠(바퀴), 스티어링휠(핸들) 등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돼 있다.
 
페라리 컨피규레이터룸에 차량 내외장재가 전시돼 있는 모습.

결론부터 말하면 컨피규레이터룸에 들어가 가상주문 항목을 모두 선택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외장, 내장, 기타옵션까지 선택해야 하는 주요 항목이 20개가 넘었고, 항목마다 세부선택 사항이 최소 3~20가지로 2차, 3차로 다시 나뉘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조합하면 단순 계산해도 4000조 개가 훨씬 넘는다.

▶특별 외장컬러 선택시 6000만원 추가=외장 컬러만 해도 페라리 고유의 색깔인 정열의 빨강색 ‘로쏘 코르사’를 포함해 기본 컬러가 7개다. 이밖에 펄이 들어간 매탈릭 컬러가 10개, 페라리 히스토리컬 컬러 10개,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리보이는 스페셜 페인트 컬러 8개가 추가된다. 이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색이 없다면 ‘엑스트라 캄피오나리오’라는 분류에서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원하는 색상을 주문할 수 있다.

컨피규레이터룸 한쪽 벽면에 장착된 모니터. 가상주문시스템을 작동해 원하는 사양을 시연해 볼 수 있다.

기본색상과 매탈릭이 아닌 상위 색상을 고르면 3000만~600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지붕색을 달리하려면 6개의 색상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페라리 전시장 관계자는 “최근 1~2년 새 화려한 색상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과거에는 페라리 하면 빨강색으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같은 노랑색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라임색, 흰색, 노란색 3개 층으로 나뉘어 보이는 ‘스페셜 노랑’이나, 펄이 들어간 은색 등 컬러 선택에서 상당히 과감해졌다”고 말했다. 
  
차량 바퀴 정중앙의 휠캡 부분(흰색점선)을 금색(위)과 빨강(아래)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컨피규레이터룸 가상주문시스템을 시연해보고 있는 장면.

휠의 경우, 19인치와 20인치 두 종류에서 커팅은 물론 휠의 정중앙에 꽂는 휠캡의 색상과 소재까지 고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브레이크 캘리퍼도 은색, 빨강, 주황, 노랑 등 9개 색깔 중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브레이크 캘리퍼 색상의 경우 열전달 등 안전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도색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때문에 일부 고급차 브랜드의 경우 모델별로 특별 색상 하나 정도를 다르게 제공하고 있지만 페라리 같은 슈퍼카는 그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다.

브레이크 캘리퍼(흰색점선)도 노랑(위), 빨강(아래) 등 9개 색상으로 바꿀 수 있다.

추가사항으로 가면 차량 후면에 부착하는 배지 ‘이탈리아 국기’도 여러가지 모양으로 나뉜다. 녹색-흰색-빨강색으로 이뤄진 이탈리아 국기를 작은 정사각형으로 할지, 얇은 직사각형으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안전벨트 색깔만 9종=내장은 더 복잡하다. 내장 컬러 기본 15종과 두가지 색상(투톤)으로 할 경우 안쪽(In-lay) 14개과 바깥쪽(Out-lay) 14개 색의 조합에서 선택해야 한다. 스페셜 컬러 3개 중 하나를 선택하면 가격은 2000만~3000만원 더 뛴다.

차량 내부 가죽 소재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된 모습.

소재 역시 내부 전체를 가죽으로 할지, 스웨이드 느낌이 나는 부드러운 알칸타라(Alcantara) 소재를 추가할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좌석 스티치의 경우도 한땀한땀 가죽과 같은 색상으로 할지 다른 색으로 할지, 좌석 머리부분의 페라리 로고는 볼록 튀어나오게 할지 평평하게 할지 등 세세한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안전벨트 색깔도 9개가 제공된다. 페라리 관계자는 “차량의 외장색깔과 안전벨트 색깔을 같이 맞추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대시보드의 경우도 일반차와 확연히 구분된다. 일례로 대중차의 대시보드는 전체를 베이지나 검정 등 하나의 색상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지만, 슈퍼카는 상중하로 나뉘어 색깔과 소재를 모두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조수석 앞 콘솔박스 색깔만 따로 바꿀 수도 있다.

운전대 상단이 크롬으로 장식된 모습. 수동기어 조작시 고(高)엔진회전(rpm)이 지속되면 운전대 크롬장식 내에 5개의 작은 점에 붉은색 불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면서 변속 시점을 알려준다.

압권은 스티어링휠이다. 주행성능을 중시하는 슈퍼카인 만큼 스티어링휠에 공을 들인다. 기본은 가죽의 검정색이지만 14개 색상으로 바꿀 수 있다.

또 페라리의 클랙션은 운전대 중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핸들 안쪽(핸들그립)에 있어 그곳만 다른 색으로 변경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도 카본으로 제작 가능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계기판, 문짝과 지붕내장 소재도 일일이 골라야 한다.

기본차값에 2억원 추가는 기본=한국 고객의 성향에 대해 묻자 페라리 측은 “매우 까다롭다”고 답했다. 선택지가 너무 복잡해 ‘가장 인기있는 것으로 해달라고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페라리의 한국 공식수입원 FMK(Forza motors Korea)의 이종률 과장은 “한국 고객들은 개성이 매우 강하다”며 “특수한 색깔을 주문하면 기본 주문기간에서 1~2개월 더 걸리지만 본인이 원하는 색상을 끝까지 고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페라리 기본모델을 지금 주문해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4~5개월이다. 여기에 1~2개월이 추가된다는 말이다.

추가 선택사양들을 적용하면 차값은 두배 가까이 껑충 뛴다. 지난달 국내 출시된 488스파이더의 경우 3억8000만원이 기본 차값이지만 옵션을 더하면 5억원까지 올라간다. FMK 측은 “테일러 메이드 프로그램(맞춤제작)을 통해 외장색깔을 스페셜 컬러로 하면 6000만원, 카본 등 내외장 장식에 보통 1억원을 쓰는 편”이라고 전했다.

고객 연령층도 낮아졌다. 페라리 관계자는 “과거에는 50~60대 자영업 부유층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40대 중반의 전문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캘리포니아T(2억8000만원)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나오면서 신규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페라리 488스파이더. 3억8000만원이 기본차값이지만 추가옵션을 붙이면 5억원을 호가한다.

레노 데 파올리 페라리 한일 총괄 디렉터도 지난달 488스파이더 국내 론칭 행사에 참석해 “지난 18개월간 한국에서 슈퍼카 세크먼트의 역동적인 성장을 확인했다”며 “올해도 488GTB와 488스파이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페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다. 작년 페라리 판매대수는 1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페라리는 공식 판매 대수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올해도 작년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FMK는 현재 2억8000만~4억원대 ‘캘리포니아T’부터 3억8000만원~5억원선인 488스파이더와 488GTB, 5억원대 후반의 ‘페라리 FF’와 ‘F12 베를리네타’ 등 총 5개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