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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된 주택대출 후폭풍]이래저래 치이는 전세…“내년 상반기 전세시장 전쟁터 방불케 할 것”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내년 3월 결혼 예정인 자영업자 최모(30) 씨는 신혼집을 구하면서 “최소 5년은 늙은 기분”이라고 했다. 요즘 전셋집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에 일찌감치 신혼집 물색에 나섰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적당한 가격대의 소형 매물은 좀처럼 보이질 않고, 어렵게 물색한 집도 계약 단계에서 무산되기도 했다.

최 씨는 “현재 세입자가 집을 사서 나가는 집을 1월 중순쯤엔 이사 날짜를 맞춰주겠다는 공인중개사 말에 가계약금 100만원을 걸고 기다렸는데, 세입자가 그냥 눌러 앉겠다고 해서 계약이 틀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딱 한달만 더 빨리 집을 구할걸 그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지난 14일 대출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시장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미 지난 7월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깐깐히 하겠다는 방침을 공지한 터라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까지 정해지자 시장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민심’을 최전선에서 접하는 공인중개사들은 한 목소리로 내년 전세시장도 어두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이 어려워지면 매매수요는 위축되고, 자연스레 전월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학사공인 심 대표는 “기존 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야 전세매물도 시장에 잘 나온다. 하지만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불가피하게 이사를 포기하고 눌러사는 사람들이 늘어날텐데,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로 들어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 명일동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강남 개포동과 강동구 고덕동 재건축 아파트의 발 빠른 거주자들이 하루에도 대여섯 통씩 ‘옮겨갈 집 없냐’는 문의를 하고 있다”고 전하며 “본격적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이주 수요자과 일반 수요자들이 한 데 몰리면 전세시장 상황은 전쟁터를 방불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간 수도권에 비해 소득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어떤 식으로든 기존주택과 신규 분양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은 늘 규제의 주요 타깃이었으나, 지방은 몇 년 만에 경험하는 규제여서 출렁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최병련 대구광역시 지부장은 “이미 7월에 대출규제 얘기가 나온 뒤로 대구는 ‘거래절벽’에 들어갔다. 내년에 시작되면 회복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깡통전세’에 대한 걱정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지부장은 “대구 수성구에선 10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도 나타났지만 앞으로 이게 얼마나 떨어질진 아무도 장담 못한다”며 “그러다보니 어렵사리 전세로 들어가 봤자 깡통만 찰 수 있다는 걱정이 퍼지면서 보증금을 꽤 낮춘 반전세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심리적으로 향후 집값에 대한 낙관이 어렵게 되면서 수요는 전세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구나 이미 목격하고 있는 ‘전세의 월세화’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여기에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재건축 단지의 이주수요까지 겹치면 전세난 해소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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