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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달린다기보다 흐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혼다 레전드’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시승차를 타다보면 불 같은 차와 물 같은 차가 있다. 불 같은 차는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치고 나가는 힘이 매력적이다. 다소 거친 엔진음도 순간 가속력과 조화를 이루면 그리 듣기 싫지만은 않다. 주로 독일 디젤차의 경우가 그랬다.

반면 물 같은 차는 성질이 다르다. 갑자기 뿜어내는 파워보다 은근함이 주무기다. 일본 세단 중 이런 차들이 많았다. 물론 가속페달을 꽉 밟으면 엔진의 회전력이 일시 올라가면서 속도감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드러움이 더 돋보인다.물 같은 차는 그래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흐른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혼다의 레전드는 전형적인 물 같은 차였다. 시승하는 내내 지배했던 느낌은 마치 물 흐르듯 주행한다는 것이었다. 주말 새벽 한적한 경기도 가평을 향할 때나 평일 오후 복잡한 서울 도심을 다닐 때나 느낌은 비슷했다.

레전드를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속도를 내도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속도는 이보다 항상 낮았다는 것이다. 체감하는 속도는 시속 80㎞ 전후인데 계기판을 보면 종종 시속 100㎞를 훌쩍 넘곤 했다. 



자동차를 타면 사람은 관성력을 감지하게 된다. 달리다가 속도를 줄이면 더 달리려는 관성에 몸이 앞으로 쏠린다거나 반대로 속도를 올리면 지금 속도에 맞추려는 관성에 대부분 몸이 뒤로 밀린다. 레전드를 탈 때도 관성력이 감지됐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차들에 비해 이 관성력이 적게 느껴졌다.

속도를 내도 몸에 가해지는 관성력이 적다보니 운전이 매우 편안했다. 몸이 차와 하나가 되는 듯해 물 흐르듯 주행한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진동도 적었고, 풍절음 및 엔진음도 약해 n.v.h 모든 영역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을 즐길 수 있었다.

레전드에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과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이 적용됐는데, 각각 노면 소음과 엔진 소음을 상쇄시키는 주파수를 발생시켜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레전드는 3.5L i-VTEC V6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6㎏ㆍm이다. 최고 수치에이르려면 rpm은 각각 6500, 4500까지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실 주행에서 엔진 회전력과 추진력은 우수한 편이었다. 다소 긴 언덕길을 올라갈 때도 rpm은 2000 전후를 벗어나지 않았다.

주말 포함 4일간 총 190㎞ 정도를 시승한 결과 연비는 11.4㎞/ℓ로 나왔다.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 주로 운전한 것이 복합연비(9.7㎞/ℓ)보다 더 많이 나온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장점에 비해 전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레전드 디자인에 대한 혹평 대부분은 ‘못생겼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투박하면서도 남성 느낌이 강한 라디에이터그릴과 화려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헤드라이트의 조합이 썩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인테리어도 기능은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올드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터치식 디스플레이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UI가 불편했다. 서라운드뷰, 사이드뷰 등을 지원하는 카메라 기능도 있었지만 화질이 다소 떨어져 활용도는 크지 않았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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