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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소포모어 징크스’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공연기간 : 2015년 11월 26일~2016년 2월 28일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러닝타임 : 총 170분(인터미션 포함)
*관람일시 :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저녁 8시
*캐스팅 : 빅터 프랑켄슈타인/자크(박건형), 앙리 뒤프레/괴물(한지상), 엘렌/에바(서지영)/ 줄리아/까뜨린느(안시하), 슈테판/페르난도(이희정), 롱게/이고르(홍경수),
*제작 : 충무아트홀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19세기 영국의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은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무수히 변용돼 왔다. 그만큼 스토리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 [사진제공=충무아트홀]


지난해 충무아트홀은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뮤지컬로 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국내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극본ㆍ연출 왕용범)’은 당시 관객들과 언론으로부터 찬사와 호평을 받고 연말 각종 뮤지컬 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최대 흥행작으로 꼽혔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해 연말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배우들 몇몇을 제외하고 초연 제작진이 그대로 뭉쳤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에서 배경과 모티브를 따 왔지만 구체적인 스토리는 대부분 새롭게 추가된 것들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친구이자 후에 괴물로 다시 태어나는 앙리 뒤프레는 소설에 없던 가상의 인물이다.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북극에서 마무리된다는 공간적 배경은 소설과 같지만, 2막을 이끄는 격투장 배경은 뮤지컬 버전에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분한 배우 박건형. [사진제공=충무아트홀]


프랑켄슈타인은 기존 흥행 뮤지컬의 공식을 모범적으로 답습했다. 슬프고, 아름답고, 치명적이고, 매혹적으로. 무엇보다도 죽은 자를 부활하게 만들어 신성불가침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이나,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가 만들어낸 괴물이 분열된 자아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은 ‘지킬앤하이드’와 닮았다.

특히 실험실 장면. “나는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외치며 노래하는 장면은 지킬앤하이드의 ‘얼라이브(Alive)’에서 “나는 에드워드 하이드”라고 외치는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다.

술집 신이나 격투장의 무희들 신 같은 경우도 기존 극장식 쇼 뮤지컬의 볼거리를 갖춘 요소다. 

시체들이 춤을 추는 ‘단 하나의 미래’ 장면. [사진제공=충무아트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만의 독창적인 볼거리도 있다. 1막 초반 빅터와 앙리가 대립하다 친구가 되는 내용의 노래 ‘단 하나의 미래’에서 시체들의 춤을 추는 장면은 ‘프랑켄 덕후’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다. 팝핀과 재즈댄스, 현대무용을 응용한 이 장면은 안무가 서병구가 만들어냈다.

영화의 ‘플래시백’ 기법을 차용해 과거와 현재 시점을 한 공간에서 교차시킨 것도 무대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고뇌하는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양아치 같은 격투장 주인 자크로, 동생에게 한없이 헌신적인 누나 엘렌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격투장 여주인으로 1인 2역을 맡는 것도 배우들의 캐릭터를 극과 극으로 부각시켜 재미를 준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올해 다시 선보인 프랑켄슈타인은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도 겪는 듯, 대박난 초연에 대한 부담감이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뮤지컬 넘버들이 길을 잃은 듯 보였다. 제작사 측은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지만, ‘평화의 시대’, ‘한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남자의 세계’, ‘살인자’ 등 ‘리프라이즈(Repriseㆍ핵심 멜로디를 다시 부르는 부분)’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모든 주요 장면들을 대사와 노래로 함께 푼 탓에, 빅터가 약혼녀가 죽자 오열하다 갑자기 발라드 풍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쌩뚱맞기까지 하다.

올해에는 빅터의 어린시절에 대한 설명적인 장면들이 늘어났는데, 빅터의 누나인 엘렌이 10여분에 걸쳐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를 부르는 대목은 길어도 너무 길다.

보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향후 재공연을 거듭하면서 불필요한 장면들을 가지 치고 대사와 노래의 연결 부분을 매끄럽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프랑켄슈타인 넘버들은 기본적인 클래식 편성에 일렉트로닉 기타 등 전자음을 넣어 록적인 요소를 가미한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2시간짜리 레퀴엠처럼 전반적으로 강렬하고 웅장한 사운드지만, 공연이 끝난 후 기억에 남는 멜로디가 없는 게 안타깝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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