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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비만인 혈액 속 물질이 마리화나와 유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설익은 바나나를 먹고 설사를 한 적이 있거나 담배를 피운 뒤 와인 혹은 맥주 한 잔에 치즈를 먹다가 속이 메스껍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적은 없는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대개는 몸에 무슨 질병이 있는지 의심하게 마련이지만 원인은 바깥에 있다.

설익은 바나나에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다량으로 들어있는데 이런 바나나를 먹으면 바나나 속 세로토닌이 장속의 세로토닌성 신경세포에 작용해 장 내면의 근육을 자극하고 결국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담배와 치즈의 치명적 관계는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치즈 효과’로 알려진 이 부작용은 치즈와 맥주, 와인 등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티라민과 효소 모노아민옥시다제(MAO)의 작용 때문이다.

보통 티라민은 MAO의 작용으로 몸과 뇌에서 쉽게 대사되고 비활성화되는데 흡연을 하면 MAO가 억제된다. MAO가 억제됐을 때 치즈와 맥주, 와인 등을 섭취하면 혈압의 심한 변동과 메스꺼움, 두통, 발진, 현기증, 심계항진, 구토 등의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게리 웬크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교수는 ‘감정의 식탁’(알에이치코리아)에서 우리가 섭취하는 건 모두 신경세포의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몸에 들어가는 물질은 영양소가 있든 없든 모두 약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늘 찾는 초콜릿, 커피도 약물의 속성을 띠고 있다.

저자는 음식을 세 범주로 구분한다.

단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는 화학물질로 커피, 당분, 헤로인, 알코올, 니코틴, 향신료, 몇몇 향정신성 식물과 버섯 등이다. 이 물질들은 효과가 즉각적이며 얼마나 많은 양이 뇌에 흡수됐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이들은 충분한 양을 섭취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게 특징. 가령 얼마전 한 음식점에서 카레를 먹은 뒤 30명이 집단 마비 증세를 보인 사건은 육두구가 원인물질이었다. 카레와 추수감사절 파이 등에 쓰이는 육두구는 워낙 소량이기때문에 부작용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향정신성 약물인 엑스터시로 전환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두번째 범주는 며칠부터 수주에 걸쳐 서서히 영향을 미치는 물질. 트립토판과 리신 등 아미노산과 감자 베이글 등 고혈당 탄수화물, 철, 마그네슘 등 무기질, 도넛, 달걀 등 레시틴 함유식품, 수용성 비타민 등으로 뇌의 특정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육류에 들어있는 트립토판 섭취량이 부족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과 화를 느끼며, 비타민이 부족한 식단이 수주간 지속되면 뇌의 기능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세번째 범주는 평생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음식으로 대중적으로 많이 홍보되는 영양소들이다. 색색의 과일과 채소, 어유와 올리브유, 과일주스 항염증성 식물과 아스피린, 견과, 콩류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이들 식품은 평생 규칙적으로 먹어야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좋은 음식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작고 겉이 말랑말랑한 과일 스타프루트는 항산화물질의 보고로 불리지만 신장기능이 좋지 않을 때 먹으면 구토, 딸꾹질, 정신적 혼동,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북유럽인들 사이에서 기분전환이나 의례용으로 인기있는 광대버섯은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책운 저자의 전공인 향정신성 약물들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상당부분 할애했다.

감정의 식탁/게리 웬크 지음, 김윤경 옮김/알에이치코리아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쓴 루이스 스티븐슨이 6일간 코카인을 대량 복용한 상태에서 쓴 소설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코카인은 뇌간의 각성계, 시상하부의 섭식중추, 전두엽과 변연계의 보상중추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복용시 수면욕구가 줄고 식욕이 떨어지며 극심한 도취감이 일어나지만 공급이 끊기면 심한 우울증이 온다.

암페타민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장기간 노출되면 일정한 도취감을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된다. 사용 후 몇 시간 후부터는 뇌 속 암페타민 수치가 줄어들면서 불쾌감, 우울감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불법 약물의 입문용으로 작용하는 마리화나, ‘복부의 오르가슴’이라고 불리는 모르핀과 헤로인의 정맥주사 등 많은 연예인을 포함해 일반인까지 빠져드는 약물에 손을 떼기 힘든 이유를 알기 쉽게 소개해 놓았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강과 음식에 대한 정보도 챙겨볼 만하다.

우리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준다는 음식 광고는 믿을 만 할까? 저자에 따르면, 혈중 PH는 특정음식을 먹는다고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필요한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면 노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다.

푸짐하게 먹고 난 뒤에도 열량 높은 디저트에 탐닉하는 이유는 진화과정에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 뭐든 먹어두려는 유전적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후에도 더 살찌기를 원한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의 혈액과 뇌 속에는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치가 높다. 이 물질은 마리화나와 유사한 화학물질이다. 과체중이 되면 뇌에 엔도카나비노이드를 쏟아냄으로써 공복감을 지속시키는데 이는 마리화나 흡연 후의 공복감과 일치한다.

음식이나 물질이 뇌에 작용하는 매커니즘은 간단치 않다. 우리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얽히고 섥혀 150조개의 연결을 만들어내는데 무수한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을 방출해 정보를 주고 받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의 감정과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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