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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왜 2015년의 한국에서 프랑스 혁명에 대해 쓰려고 하는가?”

한국서양학계의 거목, 특히 프랑스문화사, 혁명사에 관한 한 국내 권위자인 주명철 교수가 펴낸 대작 ‘리베르떼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여문책) 중 제1권 ‘대서사의 서막’과 제2권 ‘1789’를 받아든 뒤 든 생각이다.

21세기에 프랑스 혁명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것도 한국 학자가 방대한 분량으로 천착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 교수도 이 물음에서 책을 출발했을 것이다.

프랑스혁명사/주명철 지음/여문책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자유, 평등, 우애’라는 높은 이상을 내걸고 실천하려는 프랑스 혁명도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고, 그렇게 해서 겨우 틀을 갖추고 조금씩 실현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것이다”고 썼다.

프랑스혁명사, 특히 앙시앵레짐은 저자의 독보적인 분야다.

주 교수는 프랑스혁명의 권위자인 파리 1대학 알베르 소불 교수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으나 소불 교수의 타계로 문화사가인 다니엘 로슈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혁명은 그동안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논문과 관련서가 나와있고 국내에도 다양한 저서와 번역서가 소개돼 있다. 그럼에도 주 교수의 이번 책처럼 혁명이 시작된 1789년부터 테르미도르 반동이 일어난 1794년까지를 10권이란 분량으로 상세하게 다루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우리 시각으로 프랑스혁명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저자는 우선 교과서로부터 배워 각인된 프랑스혁명과 관련한 용어와 개념의 오류를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나간다.

예를 들어 ‘혁명’이란 말의 경우, 사회ㆍ정치적 측면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데, 바스티유 감옥 함락 당시 리앙쿠르 공작이 루이 16세에게 ‘반란이 아니라 혁명’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시대의 언어로 혁명을 말했을 뿐이란 해석이다. 말하자면 현대사가들이 바스티유 함락 이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아는 상태에서 프랑스 혁명을 개념화했다는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 ‘바스티유 함락’도 인간을 주체로 ‘바스티유 정복’이라고 쓰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들여온 용어를 그대로 따라 써온 ‘삼부회’(三部會)라는 말도 원어로는 ‘세 신분’이란 뜻이므로, ‘전국신분회’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 ‘총독’은 ‘군장관’으로, 망탈리테는 ‘집단정신자세’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제 1권은 앙시앵레짐에 대한 총체적 분석으로 시작한다. 흔히 앙시앵레짐을 불합리하고 모순투성이 체제로 규정하는 데 주 교수는 비판적이다. 루이 16세는 무능하고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향락으로 일관한 개념없는 왕비였다는 일반의 서술도 무비판적, 몰역사적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절대왕정 시기, 프랑스는 느리게 진행되던 합리화 정책이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혁명 전, 몇십년 동안 물자와 정보의 유통의 거의 두배나 빨라져 국가 통합의 이상을 실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왕이 빠른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루이 14세에 의해 확립된 ‘살아있는 법’으로서의 절대군주로서의 상징성은 이미 루이 15세에 많이 퇴색했다. 왕의 신성성과 절대성은 이미 도전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루이15세는 여전히 파리고등법원판사들에게 자기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절대군주로 행세했다. 바스티유 감옥이 점령당한 뒤 루이 16세가 ‘반란’이냐고 묻자 리앙쿠르 공작이 ‘혁명’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은 바로 변화에 대한 인식차를 보여준다.

즉 루이 16세는 혁명이 일어나 인간관계가 새로 설정되는 때에 권위를 부인하는 도전과 음모를 자신의 권력과 수단으로 진압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계로 사물을 보려 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저자는 앙시앵레짐이 사회전반에서 어떻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는지 살피면서 특히 종교적 권위의 하락을 든다. 18세기 들어 과학의 발달로 점점 종교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사람이 늘었고 그 결과 파문을 겁내지 않는 사람도 점차 늘어났다는 것. 18세기 초에는 교회와 가톨릭을 공격하는 금서들이 나타나고 절대왕정을 공격하거나 루이 15세의 애첩과 마리앙투아네트의 연인들을 놀리는 포르노그래피까지 등장한다.

책에는 마리앙투아네트를 사치와 욕망의 상징으로 그려온 것과 다른 모습이 소개돼 있다. 루이 형제간의 싸움을 말리거나 사소한 취미에 집중하는 루이를 나무라는 모습이 새롭다. 저자는 당시 파리시민은 90퍼센트가 글을 읽을 줄 알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다양한 서적, 신문, 잡지 등이 앙시앵레짐 말기에 증가했다.

요컨대 혁명은 왕정이 타성에 젖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프랑스혁명은 무엇보다 경제문제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 왕정이 빚을 많이 진 상태에서 돈을 끌어올 곳을 찾지 못한 채 세제개혁을 하려했지만 특권층의 반발로 실패하면서 혁명이 일어났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왕정이 그 나름대로 국가를 근대화하려고 노력했음을 보여주며, 당시 국제관계와 아메리카전쟁까지 폭 넓은 시각으로 프랑스혁명에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주 교수가 써낼 프랑스혁명사는 모두 원고지 1만장 가량.3권과 4권이 2016년 출간될 예정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펴내 3~4년내 완간할 예정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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